명반 이야기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뛰어난 곡임에도 불구하고 연주에 있어서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서 좋은 연주 또한 결코 많지 않다. 그것은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정열의 표출에 남다른 기량과 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이스트라흐라는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에 의한 최고 연주를 만날 수 있어 하나의 행운이라 할 것이다. 혹자는 기적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어 이 연주의 뛰어남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오이스트라흐는 이 프랑크 소나타 연주를 6종 남기고 있다. 1953년 파리에서의 오보린과의 연주, 1954년 얌폴스키와의 연주, 1958년 얌폴스키와 실황이 있고 리히터와는 이미 1966년 모스크바에서 실황 공연을 갖은 바 있고, 1968년 12월 4일 파리에서도 실황 녹음을 남기고 있다. 어느 것이나 오이스트라흐 특유의 긴박감 넘치는 힘찬 울림을 들려주는 훌륭한 연주이나 실황의 열기가 절정을 이룬 리히터와의 1968년 12월 모스크바 실황 연주를 최고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1968년 연주는 오이스트라흐 60세 생일을 기념하여 모스크바 음악원 대강당에서 라이브 레코딩으로 행해진 기념비적인 연주로 만년에 접어든 다비드의 원숙한 경지를 접할 수 있는 최고 연주 중의 하나이다.

   첫 악장부터 거대한 스케일에 압도되는데 전편을 통해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이다. 고요한 기분을 표현하고 있으며 빛나는 음색과 질감에 가득 찬 바이올린의 울림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특히 스케일이 크면서도 단정함을 잃지 않는 강렬한 보잉(bowing)은 과연 대가의 경지를 실감하게 된다. 또한 2악장 알레그로의 후반부에서의 피아노와 더불어 펼치는 불꽃 튀는 격렬함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편 3악장의 기묘한 환상적 분위기도 각별한 감흥을 전해 주어 깊은 내면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종악장인 4악장 알레그레토에서 분출되는 활력은 정말로 잊지 못할 감동을 주며 피날레의 흥분감에 넘치는 열연에는 탄성이 절로 날 정도이다.

   피아노를 맡은 리히터의 민첩하고 힘에 넘치는 타건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으며 바이올린과 뛰어난 호흡은 정신적 고양에까지 이르고 있다. 또한 실연의 서늘한 긴장감과 공연장의 뜨거운 열기가 전체에 감돌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는 분위기는, 이 연주가 주는 또 다른 묘미이기도 하다.

   질박하고 윤기 있는 바이올린, 투명하면서도 강렬한 피아노, 이 모두가 최상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두 대가의 강렬한 열정이 환상적으로 폭발하는 가히 기적에 가까운 찬란한 금자탑의 연주이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