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이야기
  이 곡의 진가를 알린 이가 밀스타인이었는데, 그는 1929년 미국에 데뷔할 당시에도 이 골드마르크 협주곡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만큼 이 곡에 관한 한 깊은 애착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차크 펄만(Itzhak Perman, 이스라엘)이 곡의 훌륭함을 역설하고 녹음을 남긴 것도 바로 이 밀스타인의 연주를 듣고 감명 받았기 때문이다.

   오데사 출신의 유태계 바이올리니스트인 나탄 밀스타인은 짐발리스트, 엘반, 하이페츠와 함께 아우어(Leopold Auer, 헝가리)문하생인 이른바 ‘러시아(페테르부르크) 바이올린 악파’의 한 사람으로 일세를 풍미한 대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하이페츠의 강렬함과 대조적으로 독특한 음색과 세련된 달콤한 음향을 자랑으로 하였다. 그러나 그런 명성에 비해 대가급에 걸맞은 연주를 많이 내지 못하였고, 다만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연주 정도만이 대표적 음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 듣고 있는 골드마르크 협주곡은 밀스타인의 대가급 경지를 새삼 엿보게 되는 소중한 기록이자 이 곡의 그리고 밀스타인 연주 중 최고 연주로 평가된다.

   지휘자 블레크(Hany Blech, 영국)이 다부지고 짜임새 있는 울림의 연주가 1악장 알레그로(allegro moderato)서두부터 뛰어난 실력을 발휘 연주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고, 탄력 있는 현악 파트의 울림과 헝가리적인 뉘앙스의 재현이 이 곡이 범상치 않음을 알려준다. 특히 이런 헝가리풍의 뉘앙스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애절한 곡상을 드러낸다.

   한편 밀스타인의 바이올린은 안정되고 우아한 톤을 타고 유유히 흐르고 있어 곡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음악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2악장 안단테(andante)에서 바이올린의 여린 톤을 타고 흐르는 아련한 정서가 아름다운 시정의 애절함으로 가슴 깊이 파고들어 깊은 감명을 전해 준다. 다소 슬픈 듯 하지만 종교적인 내음과 더불어. 바로 이런 표현에 있어 밀스타인의 진정한 거장적 면모와 출중한 역량이 집약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3악장 카덴차(cadenza)에서 보여준 지적 안정가모가 자잘한 묘미의 기교에서 과연 그가 대가임을 실감케 한다. 또한 이런 훌륭한 카덴차 이후의 피날레는 곡을 멋들어지게 장식하며 끝을 맺는다. 지휘자 블레크도 밀스타인의 연주 중에서 이 골드마르크 연주를 최고로 평가하고 있고, 녹음 당시를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한편 1942년 브루노 발터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실황 모노 음반(MUSIC & ARTS)도 있는데, 2악장의 아름다움이 돋보인 연주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음질이 훨씬 뛰어난 여기 1957년 스테레오 스튜디오 녹음이 더욱 가치 있다.

   이 곡을 연주한 음반으로는 앞서 말한 이차크 펄만(EMI), 구리에로 리치와 야사 하이페츠의 2악장만의 연주(RCA)가 있고, 최근에는 녹음으로는 나이-유안 후(DOON), 김펠(VOX)의 연주가 있으나 결코 밀스타인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또한 장영주도 녹음(EMI)을 남기고 있어 이 곡의 진가가 차츰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밀스타인의 골드마르크 협주곡 연주는 이 곡의 몇 안 되는 연주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최고 연주로 곡의 가치를 드높인 기념비적인 것이다. 자칫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진부한 연주가로 치부되기 쉬운 밀스타인의 비르투오조(virtuoso)적인 진면목을 접하게 되는 아주 소중한 기록이기도 하다. 한 번만 들어 봐도 금방 곡의 훌륭함에 빠져 들게 되는 탁월한 명곡의 음반이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