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

ArpeggioneSonata in a minor D.821

Pierre Fournier (cello)
Jean Fonda (piano)

녹음 : 1967,09,25-28 Stereo
Ufa-Studio, Berlin


슬픔 속에서 만들어진 음악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나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 또다시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전날의 슬픔만이 나를 엄습합니다. 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슬픔의 표현입니다. 슬픔 속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세상을 가장 즐겁게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슬픔은 이해를 날카롭게 돕고 정신을 강하게 합니다.”

   실제로 그랬다. 27살,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에 극심하게 고통받고 슬픔 속에 허우적댔던 한 작곡가가 남긴 이 곡은 수 세기를 날아와 내 마음을 단단하게 잡아주었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에 관한 이야기이다. 슈베르트가 이 곡을 쓸 무렵 그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고통으로 울부짖고, 심지어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도 심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며, 또다시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랬던 그. 아무리 미루어 짐작해본다 한들, 다음날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랬던 그 아픔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까. 게다가 슬픔 속에서 작곡했다는 이 곡의 선율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발랄 하기까지 해서 고통스럽고 고독했던 슈베르트의 모습을 떠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세상에 나온 모든 작품은 모든 과정을 이겨낸 결과물이자 모든 감정의 집약체이다. 슈베르트가 그의 슬픔 앞에 좌절하고 그것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이 곡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슬픔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이 곡에는 그의 슬픔뿐만 아니라 고통을 승화시켰던 강한 정신력과 인내,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이상을 바라보았던 그의 희망도 함께 담겨있는 것이다. 우리가 음악을 통해 위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아픔에 지지않고 그것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강한 힘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슬픔 속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세상을 즐겁게 할 것” 이라는 슈베르트의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원래 첼로를 위한 곡은 아니었다. 여섯 현을 가진 “아르페지오네”라고 하는 (소형 첼로와도 같은)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이었고, 현대에는 첼로나 비올라, 바이올린, 관악기, 관현악 등 여러 버전의 편곡으로 연주된다. 그 중 나는 첼로 버전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가장 좋아하는데, 첼리스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음역대가 높고 리듬의 변화가 빨라 첼로로 연주하기에는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곡이라고 한다.

  
글 출처 : 채널 예스(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