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in bb minor, Op.23

Piano Concerto No.2 in G major, Op.44


Denis Matsuev (Piano)

Mariinsky Orchestra
Valery Gergiev (Conductor)



INTRODUCTION

1. Piano Concerto No.1 in bb minor, Op.23

작품의 배경 및 개요

이 곡이 작곡된 것은 1874년 12월 무렵이다. 이 해는 차이코프스키에게 있어서 비교적 조용했던 시절로, 1월에 현악 4중주 2번을 작곡했고, 6월부터 3개월정도 오페라인 '대장장이 바쿨라'에 전념하였다. 그 후 당분간 창작활동을 하지 않던 차이코프스키는 12월 부터 약 1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에 이 피아노 협주곡을 완성하였으나, 초연은 의외로 1년 가까이나 지난 1875년 10월 25일 보스턴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에 얽힌 일화는 영화나 여러 문헌에 자세히 나타나 있는 대로 당시 모스크바음악원의 교장이며 차이코프스키의 친구였던 니콜라이 루빈시타인(1835-1881)과의 불화에 의한 것이다. 니콜라이 루빈시타인은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며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차이코프스키의 스승이었던 안톤 루빈시타인(1829-1894)의 동생으로서 당시 형 못지 않은 상당히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고 하는데, 곡을 완성한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첫번째 협주곡이기도 한 이 곡의 피아노 파트에 대해 조언을 듣기 위해 12월 24일 밤에 루빈시타인과 그의 동료인 프베르트(1840-1888, 당시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를 초청하여 이 곡을 직접 연주하여 들려 주었던 것이다.

차이코프스키는 피아노파트의 완성도는 어떻든 곡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평을 기대했었지만 루빈시타인은 그 자리에서 혹독한 평가를 내렸던 것이다. 이 부분은 동석했던 프베르트의 기록에도 남아 있지만, 1877년 차이코프스키가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쓰여 있는 다음과 같은 내용은 차이코프스키가 이 때 받은 심적인 충격을 어느 정도 보여 주고 있다.
'나의 피아노협주곡은 연주가 불가능한 듯이 보였으며, 쓰레기 같은 것이었다. 곡을 구성하는 패시지들은 어색하고 서투른 것이어서 구제불능이었다. 작품 자체가 좋지 못하고 천한 것이라는 말이었다.
차라리 다른 사람의 작품을 그대로 사보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이 협주곡은 두 세 페이지만을 건질 수 있을 뿐 나머지는 완전히 다시 써야 했다.'
이러한 평가를 받고 격분한 차이코프스키는 방을 뛰쳐나갔으며 당황한 루빈시타인은 뒤따라나가서 몇몇 부분을 수정하면 자신이 연주해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는 '단 하나의 음표도 고칠 수 없다'고 고집을 세웠으며, 당시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떨치던 한스 폰 뷜로에게 이 곡의 초연을 의뢰하였다.

한스 폰 뷜로는 이 곡을 살펴보고 매우 만족해 했으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보스턴에서 가진 초연은 뷜로의 확신대로 대 성공을 거두었으며 뷜로는 이 사실을 전보를 통해 모스크바에 있는 차이코프스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모스크바와 보스턴 사이의 최초의 전보가 바로 이것이라는 후문도 있다). 모스크바에서의 초연은 루빈시타인이 지휘를 맡아 1878년 3월 22일에 이루어 졌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원래 헌정받기로 되어 있었던 니콜라이 루빈시타인이 아니라 당시 거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던 젊은 피아니스트인 세르게이 타네예프에게 바쳐졌으며, 1875년 오케스트라 파트의 수정을 마친 후 다시 헌사를 한스 폰 뷜로로 수정하였다.

니콜라이 루빈시타인의 간곡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한 음표도 바꿀 수 없다'라고 고집을 피우던 차이코프스키이지만 나중에 이 곡의 기술적인 부분을 약간 수정하게 되었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악보로 수정된 것은 작곡된 지 약 15년이 지난 1889년 경이며 이 곡을 런던에서 초연한 영국의 피아니스트 에드워드 단로이터에게 기술상의 조언을 받았다.

이미 오래 전에 사망한 니콜라이 루빈시타인에 대해서 조금쯤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법도 하다. 현재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로 되어 있는 1악장의 서주도 원래는 '안단테'로 되어 있었으며 3악장의 코다 도입부 직전에 나타나는 'Tempo primo, ma tranquilo(원전에는 Tempo I ma piu plus lent)'의 속도지시를 비롯한 다양한 속도변화 지시는 거의가 나중에 추가된 것이다. 코다의 튜티가 시작되지 전의 피아노가 연주하는 맹렬한 옥타브 역시 대폭 수정되었는데, 원래 상당히 단순하고 직선적이던 이 부분이 수정에 의해 매우 극적이고 화려한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변화하였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 1악장 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너무 빠르지 않게 그리고 매우 웅장하게)
A. 도입부
4대의 호른에 의해 제시되는 첫 하행의 세 음은 여린내기이다. 처음의 제시부 6마디는 b플랫단조이며 피아노는 서주의 제시가 끝나는 6째 마디에서부터 등장한다. 여기서부터는 D플랫장조로 전환하여 아름답고 서정적인 서주 주제가 바이얼린과 첼로에 의해 나타난다. 피아노독주는 두텁게 겹친 화음을 계속해서 옥타브로 연주하는데, 세 개씩 연주되는 8분음표의 마지막 하나는 두 옥타브를 점프하게 되어 있어 연주하는데에 있어 상당히 곤란한 점으로 작용한다.

26번째마디부터는 현악기군의 피치카토 위에 피아노 독주가 제 1주제를 부점으표로 변주하여 나타나고 36마디부터는 독주 카덴짜로 변화하여 몇 가지 화려한 피규레이션을 연주하고 현악기의 피치카토가 도입부의 테마를 흘리다가 다시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의 튜티로 서주의 테마를 연주한 후 조용히 끝마친다. 이 서주의 주제는 곡 전체를 통해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B. 주부 - Allegro con spirito, 4/4박자
110마디부터는 b플랫단조로 전개되며, 피아노가 쓸쓸한 느낌의 주제를 튕기듯이 연주한다. 이 주제는 차이코프스키가 카멘카에 갔을 때 거리의 눈먼 거지들이 부르던 노래를 스케치 해 둔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이 테마는 피아노와 플루트, 클라리넷을 중심으로 한 목관악기군에 의해 전개되고 피아노의 화려한 기교가 등장한다.

제 2주제는 193마디에서부터 클라리넷과 바순에 의해 poco meno mosso로 나타난다. 조성은 A플랫장조., 196마디째부터는 현약기가 약음기를 붙이고 주 선율을 연주한다. 피아노는 2주제를 하강음형으로 변주하여 복잡하게 발전해 나가고, 237번째마디에서부터 곡상은 크게 크레센도되면서 기교적이고 극적인 토카타풍의 경과부를 통해 새로운 악상으로 돌입하게 된다.

1악장의 의례적인 카덴짜는 540마디에서 시작된다. 상당히 규모가 큰 것이기는 하지만 악장 전체에서 요구되는 기교와 피아니스틱한 효과가 매우 큰 탓인지 인상적인 카덴짜라고는 할 수 없다. 카덴짜 이후의 종결부에 이르러서는 제 1주제와 제 2 주제가 혼합되어 계속 발전하게 되고 660마디째 부터 피아노의 웅장한 옥타브와 합께 힘차게 1악장을 마치게 된다.

소나타형식의 전개가 결코 허술한 것은 아니지만 악장의 규모가 워낙에 크고 서주의 강렬한 주제가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는 까닭에 전체적으로 약간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연주자가 악장 중간 중간에 놓여있는 유기적인 연결 고리를 잘 찾아서 균형잡힌 느낌을 잘 표현해야만 지루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악장이기도 하다.

제2악장 Andate semplice (느리고 간결하게), 6/8박자, 세도막형식
처음에는 1악장의 긴박감과 열기를 식히듯이, 현악기군이 조심스럽게 D플랫장조의 피치카토를 연주한다. 뒤이어 플루트의 독주로 매우 소박하고 아름다운 2악장의 주제가 등장하며 역시 차갑고 단순한 선율로서 화려하고 장대한 1악장과 대조를 이룬다. 피아노는 13번째마디에서 풀루트의 악상을 이어받으면서 시작된다.

독주부의 화음은 종종 한 옥타브 하고도 두 음 반 이상까지 벌어지므로 듣기만큼 연주하기는 편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변주된 주제는 4도의 스타카토로 계속되다가 첼로에 의해 주제가 다시 연주된다. 이 부분의 피아노기교는 쇼팽의 op10-7번 연습곡을 쏙 빼닮았다. 주제의 연주는 다시 오보에가 떠맡게 되고 종지형과는 거리가 먼 화음에서 갑자기Prestissimo의 중간부로 돌입한다.

피아노는 장식음을 동반한 짤막한 터치로 연신 익살스럽고 경쾌하게 연주되고 프랑스 민요인 "즐겁게 춤추고 웃어라"를 모티브로 한 소박한 노래가 비올라와 첼로에 의해서 연주된다. 사실 이 부분은 곡 해설을 읽으면서 프랑스민요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전에는 계속 러시아 민요를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2악장은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즐거운 악장이기는 하지만 연주에 사용되는 기교는 참신하고 고도의 것으로서 악장의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연주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한다.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 악상은 136마디째에서 양손이 교차하는 카덴짜로 돌입하고 pesante, Risoluto molto로서 다시 느린 주제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피아노가 트릴을 동반하여 주제를 연주하고 바이얼린과 비올라가 뒤를 받친다. 마무리는 처음에 등장했던 플루트가 맡는다.

제3악장 Allegro con fuoco (빠르고 격렬하게), 3/4박자 론도형식
작곡자 자신의 바이얼린협주곡과 마찬가지로 종악장은 러시아 농민의 춤곡을 소재로 한 거칠고 흥겨운 곡이다. 주제는 피아노에 의해 b플랫단조로 제시되며 유쾌하고 리드미컬한 러시아의 향토성이 아주 짙게 드러나 있다. 오케스트라의 튜티는 여기에 대응되는 주제를 포르티시모, G장조로 아주 '신나게'연주한다(33마디부터). 3악장의 생명은 바로 이 부주제를 얼마나 거칠고 생기 있게 표현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후 피아노는 마치 러시아의 들을 휩쓰는 겨울바람을 묘사하는 듯 양손의 교차에 의한 스케일을 연주하고 곧바로 D플랫장조의 제 2주제가 바이얼린과 피아노에 의해 등장한다(57마디, 61마디째부터). 이 악장은 론도형식이지만 하나의 주제만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개의 주제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그 사이사이에 짤막한 경과부를 가지는 것으로서 약간 변칙적인 론도형식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피아노는 한 옥타브간격을 두고 빠른 경과부를 연주하며 갑자기 1주제를 플루트가 트란퀼로로 연주하며 점차 긴장을 고조시키다가 현이 급격히 크레센도되면서 트레몰로를 연주하던 팀파니가 꽝! 하고 두들기면서, poco piu mosso, fff의 코다로 돌입한다. 피아노는 양손의 강렬하고 빠른 옥타브로 경과부 악상을 쳐올리며, 제 2주제를 오케스트라의 튜티와 피아노의 독주로 매우 웅장하게 연주하며 이 악장의 클라이막스를 형성한다. 종결부는 제 1주제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토카타풍의 화려한 독주기교를 과시하며 곡의 마무리로 치닫는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


2. Piano Concerto No.2 in G major, Op.44
작품의 배경 및 개요
차이코프스키는 그의 피아노 협주곡 제 2번을 그의 스승 안톤 루빈스타인 (Anton Rubinstein,1829~1894)의 동생 니콜라이 루빈스타인(Nikolai Rubinstein,1835~1881)에게 헌정했다. 니콜라이루빈스타인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 1번을 혹평한 보상으로 자신이 제 2번 협주곡의 초연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으나 그는 그 곡을 연주하지 못한 채 1881년 4월에 세상을 떠났고 그 작품의 초연은 1881년 12월 미국의 뉴욕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그 이듬해인 1882년 5월에 초연이 이루어졌으며 그의 스승이자 니콜라이의 형인 안톤 루빈스타인이 지휘를 했으며 차이코프스키의 제자인 세르게이 타네예프가 피아노를 연주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brillante e molto vivace
첫머리의 ‘알레그로 브릴란테(빠르고 화려하게)’라는 지시어가 이 악장의 성향을 잘 말해준다. 특히 피아노 파트는 리스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대단히 화려하고 기교과시적인 성향도 강한데, 아마도 이것은 피헌정자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연주력을 감안한 결과였을 것이다. 다만 루빈스타인의 지적처럼, 그것이 삽입구처럼 취급된 부분이 너무 많아서 관현악과의 대비가 명료하지 못한 면이 있다. 또 러시아 풍의 주제는 너무 강렬해서 이 악장 특유의 산만함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악장에서는 서유럽의 음악어법을 수용하면서 독자적인 구성미를 모색하던 차이코프스키의 실험정신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로 발전부와 재현부 사이에 랩소디 풍으로 쓰인 카덴차가 무려 130여 마디에 걸쳐 나오는 점을 들 수 있다.

제2악장: Andante non troppo (in D major)
이 협주곡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정미 넘치는 느린악장. 3부 형식으로 구성된 이 악장의 주부에서는 독특하게도 바이올린 및 첼로 솔로가 등장하여 피아노에 버금갈 정도로 활약한다. 그런데 이 3중주에 비해 배경의 관현악은 상당히 소극적이기 때문에 트리오 소나타 형식을 취했던 바로크 협주곡의 중간악장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다. 반면에 단조로 진행되는 중간부에서는 관현악도 적극성을 띠며 보다 격한 감정의 동요를 표현한다. 제3부는 주부의 변주로서 다채로운 변화를 수반하며, 마지막에는 피아노의 글리산도와 아르페지오가 이어지다가 조용히 마무리된다.

제3악장: Allegro con fuoco
경쾌하고 활력 넘치는 춤곡풍의 론도 피날레로, 일견 차이코프스키와 친분이 깊었던 생상스의 협주곡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피아노가 다시금 눈부시게 활약하며, 관현악도 아기자기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가세하여 화려함을 더한다.
글 출처 : 박연서원

얼어붙은 대륙에서 태어난 소리

Valery Gergiev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위력은 그간 여러 장의 녹음을 통해 그 진가가 입증된 바 있다. 특히 블루레이로 발매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5·6번의 DVD는 2010년대에 들어 출시된 가장 중요한 영상물 중 하나인데, LP시절부터 내려져 온 러시아인들의 손으로 완성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음반 계보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발매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음반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서유럽 악단과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로 이미 좋은 음반이 많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러시아 음악계를 대표하는 가장 대표적인 얼굴인 게르기예프와 마추예프 콤비가 만들어 낸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1번과 2번이라는 카드는 정말이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아이템일 것이다.

연주의 질에서도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도입부의 호른 합주는 머뭇거리지 않으며 오케스트라의 총주는 탄탄한 밸런스의 근육질을 유지하고 있다. 마추예프의 피아노 역시 오케스트라에 뒤지지 않는 볼륨을 들려주고 있는데 음색도 게르기예프의 마린스키와 소리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카라얀과 리히테르의 DG녹음에서 들을 수 있는 묘한 부조화(좋은 연주이기는 하지만 반복해서 듣다보면 결국에는 서로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나 호로비츠와 토스카니니가 말싸움하듯 신경질적으로 내팽개치는 음악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아마 가장 비슷한 콘셉트의 녹음을 찾는다면 길렐스-마젤 콤비가 남긴 강력하고 건강한 활기가 넘쳐나는 음반이 좋을 것 같다.

1번 협주곡에 비하면 실제로 듣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2번 협주곡 역시 멋진 연주이다. 참 희한한 일이지만 제아무리 훌륭한 음악가라고 하더라도 대중적으로 잘 연주되지 않는 음악을 녹음할 때는 어딘지 모르게 어정쩡한 모습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물론 대중적으로 잘 연주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악곡 자체에 이런저런 결함이 많아서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경우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게르기예프와 마추예프에게는 그러한 것들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듯 보이며 시원시원하게 내달리는 모습도 1번 협주곡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1악장이 시작되는 4번 트랙을 켜면 ‘이게 원래 이런 곡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게 되고, 음반 표지에서는 어쩐지 겸손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은 마추예프의 얼굴이 어느새 ‘러시아 음악에 대해 한 수 가르쳐주지’ 하며 자부심에 가득 찬 미소를 짓는 표정으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번 음반처럼 러시아인들의 자부심이 한가득 느껴지는 차이코프스키를 듣다보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야말로 '러시아'라는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음악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민요선율로 대표되는 민속적 정취와 서구음악의 세련미를 조화시켜 세계인들에게 보다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어찌 보면 지금의 러시아와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다-은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모두가 '차이코프스키'는 곧 '러시아'의 또 다른 이름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