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onio.jpg

 영화 (아마데우스>의 영향으로 모차르트하면 젓가락 한 쌍처럼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 '만년 이인자'로 떠올리기 쉬운 안토니오 살리에리입니다. 모차르트의 천부적인 재능을 질투한 궁정 악장 살리에리가 그를 내내 못살게 굴다가 결국 독살하고, 자신도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떠돌고 있죠. 하지만 이것은 역사적 사실과 전혀 관계없는 과장된 이야기입니다.

◀ Antonio Salieri, 1750년 ~1825년)


   실제로 고서를 뒤지다 보면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부러위했다."라는 기록을 볼 수 있긴 합니다만, 그건 그냥 모차르트의 타고난 천재성을 부러워한 정도에 그칩니다. 영화처럼 모차르트가 살리에리의 자리를 빼앗고 서로 앙숙이 되기에는 이미 두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크계 차이 나던 상황이었어요. 살리에리는 모차르트가 뜨는 신인으로 입소문이 나기 전부터 음악계에서 확실히 자리 잡은 사람이었습니다. 귀족들의 신임도 두터운 편이었고요. 각종 오페라와 중요한 행사곡을 작곡하느라 매우 바빳기 때문에 굳이 모차르트를 독살하면서까지 자리씨움을 한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만년 이인자 프레임과는 다르게 후배 작곡가들이 살리에리를 만나보고 싶어 줄을 서는 일도 많았고, 베토벤, 리스트와 같은 유명한 작곡가들을 길러낸 선생님이기도 했습니다. 살리에리의 마지막도 영화와는 아주 다릅니다. 모차르트가 죽고 나서도 살리에리는 평온하게 여생을 보내다 75세까지 장수합니다. 죽기 1년 전까지 궁정 악사로 일하며 음악가로서 투철한 직업 정신을 보여쥐요. 영화에서처럼 정신 병원에서 죽은 게 아니랍니다.


   사실이 이런데도 죄 없는 살리에리는 아직도 많은 누명을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모차르트의 독특한 캐릭터 때문일거예요. 모차르트는 전에 없던 새로운 천재 서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창작자들은 이를 더 그럴싸하게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그렇다 보니 모차르트의 삶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 줄 '악당'이 필요했고, 살리에리가 그 악역을 감당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살리에리 또한 고전 시대의 활용한 작곡가임에도 불구하고 이인자 느낌이 너무 강해서인지 그의 곡들은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대가의 작품임에도 귀하게 소장되지 않아 유실된 곡도 많고요.

추천곡 :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