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Trio No.2 in E flat major D.929
작품의 배경 및 개요
19세기 유럽의 음악계가 슈베르트를 가곡(lied) 작곡가가 아닌 중요한 기악 음악의 작곡가로 인식하게 된 것은 그가 죽은 지 30년이 지나서이다. 그는 가곡뿐 아니라 교향곡, 피아노 독주곡 그리고 실내악에 주옥같은 명작을 남기고 있다. 특히 실내악은 그의 짧은 생애 중 마지막 9년 동안에 남기고 있는 것이다. 평론가 웨스트럽프(영국)는 “슈베르트에게 실내악을 작곡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운 좋게도 정규 교육을 받은 집안에서 성장할 수 있었는데, 바흐나 모차르트, 멘델스존과 마찬가지로 비올라를 연주할 수 있었다.
그는 비올라 연주가가 내적인 하모니를 잘 알 수 있다는 바흐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사실은 현악 4중주를 작곡함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슈베르트에 있어서 실내악이란 단순한 자기 표현이 양식이 아니라 반드시 존재하여야 할 그 무엇이었다.”라고 하고 있다.
이런 슈베르트의 기악 음악은 선율의 확장에 의존하는 지속적인 흐름이 그 특징이다. 베토벤의 경우 대부분 짧은 공기를 주제로 하여 그 주제의 변형, 발전을 통해 유기적 구조를 형성하는데 반해 슈베르트의 기본 아이디어는 근원 동기를 변형 확장시키는 짧은 선율이다. 때로는 그것이 극적이긴 하지만 베토벤의 극적인 것과는 다른 서정극이라 하겠다.
슈베르트의 실내악은 가장 큰 편성인 8중주를 비롯하여 <송어> 5중주, 15개의 현악 4중주, 현악 3중주 두 곡(한 곡은 1악장), 그리고 피아노 3중주 4곡이다. 이 중에서 특히 피아노 3중주는 서정극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제나 조성의 확장이라는 훌륭한 구성과 통제를 보여준 뛰어난 예라 하겠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1악장은 옥타브 유니즌으로 연주되는 대담한 모티브로 시작한다. 곧 음악은 시작 조성인 E♭장조로부터 멀어져서 b단조로 옮겨가서 오스티나토 리듬을 타고 위트 있으면서도 비극적인 주제를 제시한다. 조성과 성격이 전혀 다른 요소들이 급작스럽게 나열되는 것이 이 작품의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B♭장조에서 등장하는 상냥한 세 번째 주제는 피아노의 셋잇단음표 음형의 반주를 타고 첼로와 바이올린의 카논으로 등장한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장송행진곡풍의 리듬을 타고 첼로가 유명한 주제를 제시한다. 중간에 대조적인 섹션을 지나, 주제가 다시 등장할 때에는 피아노의 트레몰로와 함께 비극적인 정서를 극대화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해피엔드"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 훨씬 이전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 (Barry Lyndon, 1975) 에서 주인공이 신비스런 미모의 귀족 부인과 촛불이 잔뜩 켜진 도박장에서 그녀와 카드를 치다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서 이 음악이 흐른다
제3악장 Scherzando Allegro moderato
슈베르트는 한 편지에서 이 악장을 ‘미뉴에트’라 불렀지만, 이 악장은 나중에 슈베르트에 의해 ‘스케르찬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악장은 피아노와 현악의 카논으로 시작한다. 비극적인 2악장에 뒤이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 스케르초는 전혀 가볍지 않다. 오히려 이어지는 A♭장조의 트리오가 보다 시골풍의 춤곡의 느낌을 준다.
제4악장 Allegro moderato
마지막 악장은 아무 근심 없이 즐겁게 노니는 6/8박자로 시작한다. 그러나 곧 c단조의 2주제로 옮겨간다. 조성적으로나 성격적으로 커다란 대비를 이루는 이 두 개의 주제는 1악장의 두 주제 사이의 대조를 연상케 한다. 발전부에서는 2주제의 반복되는 음들이 소재로 쓰이다가 곧 1주제가 성격을 달리하여 다시 등장한다. 이 때 음악적으로 가장 놀라운 사건이 벌어진다.
피아노의 오른손의 하행 패시지와 바이올린의 피치카토 속에서 첼로가 2악장의 주제를 다시 들려주는 것이다. 재현부는 다시 4악장의 주제와 함께 시작하여 소나타 형식의 절차대로 진행되다가 코다에 이르러 2악장의 주제가 다시 첼로에서 등장한다. 이 때, 조성은 가장 어두운 E♭단조로 제시된다. 그러나 곧 바이올린이 합세하여 2악장의 주제는 장조로 바뀌고 마지막의 즐거운 엔딩이 4악장의 1주제로 만들어진다.
글 출처 : 오작교 클래식 음악감상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