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Piano Sonata
in a minor op. 8

Walter Gieseking (piano)

녹음 : 1953/08 Mono, Studio No. 3
Abbey Road, London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모차르트의 주력 악기는 피아노(좀 더 정확히는 현대 피아노의 전신인 포르테피아노)였다. 모차르트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한창 발전하며 음악무대의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던 시기에 이 악기의 특장점을 가장 잘 활용한 작곡가 겸 연주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피아노 소나타들은 음악사에서 하이든이나 베토벤의 작품들만큼 중요하게 거론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피아노 소나타 작곡이 다분히 ‘실용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모차르트는 대략 열아홉 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겼는데, 그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으로는 마지막 악장의 ‘터키 행진곡’으로 유명한 11번 A장조 K.331, 소나티네 앨범에도 실려 있는 ‘쉬운 소나타’ 15번 C장조 K.545, 그리고 이례적으로 격정적인 파토스를 내재한 8번 A단조 K.310 등이 있다. 이 가운데 1778년 여름 파리에서 작곡된 ‘A단조 소나타’는 흔히 모차르트의 최고 걸작 피아노 소나타로 꼽히는 작품이다.

1777년 가을에 고향 잘츠부르크를 떠난 이후, 모차르트의 ‘구직 여행’은 독일의 만하임을 거쳐 프랑스의 파리로 이어졌다. 사실 모차르트는 사랑하는 알로이지아가 있는 만하임을 떠나기 싫었지만, 주된 목적인 구직 활동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고향으로부터 날아드는 아버지의 성화를 견뎌내기란 불가능한 노릇이었다. 더구나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그와 알로이지아의 관계를 심히 못마땅해했다. 레오폴트는 수차례 편지를 보내서 그에게 파리로 갈 것을 종용했고, 결국 그는 1778년 3월 중순에 만하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평생 그렇게 지루한 적이 없었던’ 9일여에 걸친 마차 여행 끝에 모차르트와 그의 어머니는 3월 23일 파리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6개월간 이어진 파리 체류기는 모차르트의 생애에서 가장 불행했던 시기로 기억된다. 처음에는 피아노를 갖다 놓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누추한 숙소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얼마 후 집안의 오랜 친구인 그림 남작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정이 나아졌고, 만하임에서 사귄 친구들과 해후하는 등 한동안 희망적인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는 ‘신께서 주신 재능을 허비하는 것’으로 여겼고, 콩세르 스피리튀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플루트, 오보에, 바순, 호른을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플랫장조’의 공연은 연주용 악보의 미비로 무산되었다. 모차르트는 파리의 음악가들이 자신을 질투하고 경계한다고 의심했다.

사실 모차르트는 파리가 싫었다. 일시적인 유행만을 뒤쫓는 변덕스러운 청중들이 혐오스러웠고, 자신을 멸시하는 공작부인의 저택에서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두고 형편없는 피아노를 연주해야 했을 때는 모욕감과 분노심마저 일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사랑하는 알로이지아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래서였는지 그는 난생 처음 아버지에게 노골적으로 반항하기도 했다. 베르사유 궁전의 오르간 연주자로 오라는 제의를 거절했던 것이다. 6월 18일에 콩세르 스피리튀엘에서 연주된 교향곡 31번 D장조 K.297 ‘파리’가 청중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잠시 짜릿한 기쁨을 맛보기도 했지만 파리에서의 그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어머니를 위한 소나타

모짜르트의 어머니 안나 마리아는 1720년 12월 25일에 잘쯔부르크의 이웃 마을 성 볼프강 호반의 성 길겐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성장 과정에 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4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를 따라 잘쯔부르크에 와서 사는 동안 1747년에 레오폴트와 결혼했다.

이 부부 사이에는 7명의 자식이 태어났으나 처음 5명은 모두 1년 미만에 죽었고, 마리아 안나 (나네를)과 볼프강만이 자라 많은 희망과 기쁨을 안겨 주었다. 레오폴트는 꼼꼼하고 적극적인데 비하여 그녀는 특색이 없는 정숙한 여성이었다. 모짜르트의 환상과 낙천적인 유머는 어머니의 유전으로 생각되고 있다.

◀ 어머니 안나 마리아(Anna Maria Mozart 1720~1778)

그의 어머니는 병을 앓고 있었다. 장기간의 불안정한 여행 동안 나빠진 건강이 아들이 밖으로만 나도는 사이에 느낀 소외감 때문에 악화되었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며칠 동안 사경을 헤맨 끝에 7월 3일 저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모차르트는 그 참담한 소식을 담은 장황한 편지에 실어 고향으로 띄웠다. 비록 그 편지에서 그는 애써 의연한 척, 아버지와 누이를 더 걱정하는 척하고 있지만, 다음 대목에서는 자신의 심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비통한 일을 치른 기억은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아버지도 제가 누군가의 죽음을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다는 걸 아실 거예요. 처음으로 맞닥뜨린 죽음이 바로 어머니의 죽음이라니,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요. 그 순간에는 어머니의 뒤를 따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아버지의 원망과 불평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 그리고 파리보다 더 싫은 잘츠부르크를 향하여 귀향길에 오르는 것이었다.

모차르트 가족. 누이 나네를과 아버지 레오폴트.
벽에 걸린 초상화는 모차르트의 어머니이다. ▶

그는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어떻게든 파리에 붙어 있으려고 몸부림쳤지만, 아버지의 힐난과 회유는 끊이지 않았다. 그는 깊은 침체에 빠졌고, 재정난에 시계를 잡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저는 가끔 계속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추위도 더위도 느끼지 못할 만큼 감각은 마비되었고 아무 일에도 흥이 나지 않습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maestoso a minor 4/4박자
비장하고 역동적인 행진곡풍의 제1주제로 출발한다. 오른손의 부점 리듬과 왼손의 집요한 반복 코드들이 긴장감을 더하며 격정과 균형을 절묘하게 양립시킨다. 혹자는 이 주제를 글루크의 ‘아르미다’와 ‘아울리스의 이피게니아’가 파리 오페라 무대를 주름잡던 시절의 영웅적 파토스와 연관 짓기도 한다.

제2주제는 C장조로 등장하지만, 16분음표의 어지러운 나열 탓에 서정성과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이 악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발전부는 제1주제를 바탕으로 다채로우면서도 극적으로 구성되고, 재현부에서는 제1주제의 선율이 베이스로 내려가는가 하면 제2주제도 a단조로 나타나는 등 끝까지 긴장된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제2악장 Andante cantabile con espressione F major 3/4박자
앞선 악장에서의 긴장감을 진정 내지 승화시키려 노력을 보여주는 듯한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닌 악장이다. 하지만 중간부에서는 다시금 단조의 흐름이 떠오르며 고도의 정서적 혼란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아울러 이 악장에서는 꾸밈음의 처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선 무언가를 표현할 때에만 의미를 지닌다

제3악장 Presto a minor 2/4박자 론도형식
다시금 첫 악장의 비극적 분위기로 복귀하는 듯한 이 악장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악장들 가운데 가장 음울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이번에 그 격정은 겉으로 분출되기보다는 수면 아래에서 요동치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