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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hms: Piano Concerto No.2 in Bb major, Op.83

  협주곡으로서는 이례적인 4악장 구성에 의한 규모가 큰 교향적 작품이며, 극히 정력적인 피아노 파트를 가졌다. 제1, 제3악장에 특히 중점을 두었으며 제1악장 첫머리에서 호른으로 연주되는 느린 동기에서의 피아노와 관현악은 제1번보다 더욱 밀착된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작품의 배경 및 개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1881년(48세에)에 작곡되었다. 그러니까 피아노 협주곡 제1번과의 사이에 약 23년이라는 세월이 가로 놓여 있다. 브람스는 그 동안에 교향곡 제1번. 제2번, 바이올린 협주곡, 대학축전 서곡, 비극적 서곡 등 오케스트라의 걸작을 잇따라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오케스트라의 작곡에 상당한 자신을 얻은 뒤에 이 제2번에 손을 댄 것이다.

   브람스는 이탈리아의 풍토를 더 없이 사랑했던 사람이다. 특히 1878년 봄의 첫 여행은 그의 마음에 선연한 인상을 새겨 놓고 말았다. 그 해 봄 그는 친구인 빌로트와 함께 동경하던 땅 이탈리아로 떠났다. 알프스를 넘자 그곳에는 전혀 딴 고장이 펼쳐졌다. 밝은 태양이 찬연히 빛나고 훈풍이 계곡을 빠져나오는 남국이었던 것이다. 회색 구름에 뒤덮여 긴 겨울을 갇혀서 지내는 북 독일에서 태어난 브람스에게 있어서 이 자연의 빛은 그에게 청춘을 되살아나게 했다.

   두 사람은 로마, 나폴리, 피렌체, 베네치아 등지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영화를 보면서 그 청징한 아름다움에 "마술에 홀린 듯한 나날"을 느꼈다. 이탈리아에 몽땅 반해 버린 브람스는 이를 계기로 하여 8번이나 이탈리아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이탈리아 음악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과연 브람스다운 데가 있다.

   브람스의 전기를 쓴 가일링거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수 주일 동안에 걸친 이 이탈리아 여행은 그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기간만큼 자유롭게 맘대로 시간의 기쁨 속에 몸을 내맡긴 적은 일찍이 그의 운명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 제2번의 구상은 이 이탈리아 여행 때 싹 텃다고 한다. 그러나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등을 작곡하는 데 시간을 뺏겨서 본격적으로 작곡하기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 뒤 1881년 3월 제2차 이탈리아 여행에서 이전의 구상을 되살려 그 해 여름 비인 근교의 프레스바움에서 완성하였다. 이런 연유로 해서 이 제2번에는 브람스의 독특한 북독일적인 차분함과 중후함이 있는 외에 밝은 이탈리아적 명랑성도 있는 것이다.

   초연은 1881년 11월 9일 부다페스트에서 브람스의 피아노 독주로써 행해졌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청년시대에 여러 차례 고쳐 쓴 뒤에 완성된 텁텁하면서도 열정적인 역작인데 비해, 그보다 23년이나 뒤에 작곡된 이 제2번에는 로맨틱한 자유로움과 밝은 정서는 있지만 제1번과 같은 뜨거움은 없다. 그리고 1번과 대조적으로 여기서 브람스는 두꺼운 빗장을 벗어버리고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었고 직접 그 따뜻한 마음을 접하게 해준다.

   그러나 두 곡이 다 협주곡이라기보다는 피아노를 곁들인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할 만큼 전체의 구성은 매우 교향적이다. 제2번 제2악장은 교향곡의 스케르쪼 같은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곡 제2번은 '피아노 독주부가 있는 교향곡'이라고까지 불려지고 있다.

   이 제2번에서는 피아노가 오히려 오케스트라의 한 악기처럼 용해되어 있기 때문에, 이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는 데는 높은 기교가 필요하다. 그래서 브람스 자신도 이 곡은 여성에게는 합당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데 비상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 난곡이다. 그래서 니만은 이렇게 말했다. "브람스의 이 작품은 피아니스트에게 땀과 피를 요구하는 지난의 협주곡이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특징 때문에 협주곡 답지 않다고 하는 비판도 있다. 보통 협주곡이라면 독주 악기가 기교를 자랑하며 아름다움을 뽐내게 마련이고, 또 오케스트라는 피아노를 받쳐주는 반주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람스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브람스는 관현악과 대등하게 또는 관현악의 한 파트로서 피아노를 등장시키고 있고, 또 피아노라는 악기의 강인한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브람스의 시도는 도리어 협주곡 장르에 독특한 작풍을 선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브람스는 피아노 협주곡을 보다 웅장하게, 남성적으로 만들고 있다. 브람스다운 시도이고 또한 그래서 브람스 협주곡의 한 매력이 되고 있다.

글 : 송영택, 음반 평론가

작품의 구성 및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