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시대의 서막을 연 하이든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유명한 두 사람을 길러낸 스승이라니, 그의 레슨에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었을까요? 사실 하이든은 현대의 레슨 방식처럼 곡 쓰는 법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주는 식으로 수업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학생이 열심히 질문하지 않으면 굳이 떠먹여 주지 않는 스타일의 가르침이었다는 거죠. 하지만 이런 불친절한 방식으로 레슨이 진행됨에도 당시 많은 후배 작곡가들이 하이든의 곡을 연구하고, 자신의 곡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러 그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그럼 가장 유명한 제자였던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어땠을까요?
모차르트는 자신의 느낌대로 곡을 쓰던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아들의 성공에 욕심이 많았던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대가인 하이든에게 아들의 실력을 검증받고 싶었습니다. 결국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등쌀에 못 이겨 하이든을 찾아갑니다. 수업을 땡땡이칠 것 같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모차르트는 제법 진지하게 하이든의 곡을 분석하고 이를 잘 응용했어요. 그가 얼마나 열심히 따라갔냐면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우리 애가 잘하고 있나요?”라고 묻자, 하이든이 “당신 아들은 진짜 천재다.”라고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이 유명한 일화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이든도 모차르트를 훌륭한 후배 작곡가로 인정해 준거죠. 모차르트의 별난 성격마저 무던하게 받아 준 하이든 덕분에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관계로 지냅니다. 심지어 모차르트는 하이든을 파파(papa, 원래 하이든의 별명이 ‘파파’이긴 함)라는 애칭으로 불렀다고 해요.
하이든은 당시 현악 4중주, 즉 String quartet(스트링 퀄텟)이라고 불리는 제1 바이올린,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구성의 합주곡을 많이 썼고, 또 그 곡들이 인기가 많았어요.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하이든이 4중주를 어떤 구조로 쓰고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틀을 마련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대중들은 어디로 뛸지 모르는, 구성이 명확하지 않은 곡들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든 덕분에 구조가 알맞게 갖추어져 있고 발전 방향이 딱 보이는 곡을 듣게 되면서, 아름다움과 동시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거죠(이것이 고전 시대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모차르트 역시 하이든의 작곡법 중 ‘구조’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고전 시대의 현악 4중주를 꽃피우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또, 그의 『현악 4중주 Op. 10』의 6곡을 하이든에게 헌정하며 스승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답니다.
추천곡 : 『현악 4중주 Op.64, No.5 <종달새>』모차르트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하이든을 만났다면, 베토벤은 먼발치에서 하이든을 좋아하던 후배 작곡가였습니다. 베토벤은 평소 하이든을 존경해서 그의 작품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직접 악보를 따라 그리기도 했어요. 하이든을 베토벤의 열정에 감동해 그를 제자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하이든의 레슨 스타일이 베토벤에게는 영 맞지 않았나 봐요. 베토벤은 “하이든의 음악을 사랑하고 존경했으나 스승으로서는 별로였다.”라는 혹병을 남깁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성격 좋은 하이든은 베토벤의 첫 작품집에; 자기 이름을 넣을 기회를 줍니다. 이 대목에서 ‘뭐야 기회를 줬다고? 남의 곡에 자기 이름 끼워 넣은 건 갑질 아니야?’라면서 당황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인기 있는 작곡가의 제자라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데뷔하는 것은 특혜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니까 하이든은 자신의 명성으로 제자의 작곡가 데뷔에 힘을 실어주려고 했던 거예요. 요즘으로 치면 신인 가수가 데뷔할 때 유명한 선배가 “제 후배예요!”라고 언급해 주면 훨씬 더 주목받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거죠. 물론 고집 센 베토벤은 하이든의 호의를 거절했지만, 도움을 주려던 스승에게 고마운 마음이었을 겁니다.
하이든은 ‘인품 좋은 괜찮은 사람’으로 자주 묘사되곤 해요. 독특하고 유별난 모차르트와 까탈스럽기도 유명한 베토벤, 두 사람 모두 독립적인 활동 중에도 하이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냈다고 하니, ‘하이든 착해 설’에 더욱 신빙성을 높여줍니다. 베토벤도 모차르트처럼 1796년에 처음 출판한 「피아노 소나타 Op. 2」를 하이든에게 헌정하며 스승에게 애정을 표합니다.
추천곡 : 『현악 4중주 Op.3-5, No.5<세레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