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한 하이든은 부지런히 곡을 씁니다. 그는 평생 750여 작품을 발표하며 다작왕에 이름을 올려요. 보통 작곡한 곡이 많으면 자신의 곡을 스스로 표절하기도 하고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면서 곡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생기곤 합니다. 하지만 하이든은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는 ‘어떻게 곡을 써야 더 재밌을까?’를 항상 고민하는 사람이었어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은 모든 창작자가 늘 하는 일이지만, 꾸준히 해내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한 작품이 성공하면 그 작품을 토대로 비슷한 것들을 쏟아내야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은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 대목을 쓰면서도 저도 뭔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네요.

그럼 하이든의 아이디어가 유난히 돋보이는 두 작품을 만나봅시다. 첫 번째 곡은 교과서에서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놀람 교향곡」으로 더 잘 알려진 「하이든 교향곡 94번 2악장」입니다. - 여기에서는 94번 전악장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추천곡 : 『놀람 교향곡』

클래식 음악은 다른 분야보다 공연 시간이 긴 편이라, 공연장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청중을 찾기 쉽습니다. 고전 시대도 딱히 다를 바가 없었어요. 귀족도 사람인지라 긴 공연을 참지 못하고 조는 경우가 빈번했던 거죠. 그래서 하이든이 꾀를 냅니다. “여러분, 클래식 공연 중에 졸지 마세요!”라고 직접 말하지 않고, 청중을 깜짝 놀라게 해서 깨우자고 마음먹었어요. 이 아이디어로 탄생한 곡이 「놀람 교향곡」입니다.

「놀람 교향곡」은 1악장을 무난하게 연주한 뒤, 악장이 바뀐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2악장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도 멜로디가 pp(아주 여리게)로 들릴 듯 말 듯 연주되지만, 갑자기 ff(아주 세게) ‘빰!’ 하면서 모든 악기를 동원해서 청중을 깜짝 놀라게 해요. 이 참신한 공연은 모두가 예상했듯이 대성공을 거둡니다. 「놀람 교향곡」의 공연 영상을 찾아보면 ff가 나올 때 깜짝 놀라 소리 지르는 관객들로 공연장 전체에 웃음소리가 퍼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요. 고전 시대의 관객도 항상 이 부분만 나오면 다 같이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고 합니다. 하이든의 회고록을 보면 제자였던 플레이엘과 같은 시간에 연주회가 있어서, 그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뭔가 새로운 것을 고민하다 「놀람 교향곡」을 만들었다는 글이 있습니다. 이미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는데도 새로움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점에서 합격 목걸이를 걸어드려야겠네요.

「놀람 교향곡」은 다른 의미로도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아까 「놀람 교향곡」이 「하이든 교향곡 94번 2악장」이라고 했었죠. 교향곡 번호가 94번이라는 건 그 앞에 이미 93개의 교향곡을 발표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려드릴게요. 작곡가가 곡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어떤 편성과 어떤 형식으로 곡을 쓰는지에 따라 규모와 작업 방식이 많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짧은 피아노 소품곡을 하나 쓰는 것을 파스타 만들기에 비유할 수 있다면, 교향곡을 한 곡 쓰는 것은 10가지 음식이 나오는 코스 요리를 25인분쯤 만드는 일과 유사합니다. 먼저 교향곡을 연주하려면 오케스트라가 필요해요. 오케스트라 악기 구성을 대략 15개로 잡는다면, 15단으로 나눠 곡을 써야 합니다. 또 교향곡은 보통 4악장이고, 전체 악장은 30~40분 정도의 길이에요. 비단 곡의 길이와 분량의 문제를 떠나서라도, 교향곡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정성이 필요합니다. 하이든은 한 곡의 협주 교향곡을 포함해 총 108개의 교향곡과 2개의 단악장(악장이 하나뿐인 곡) 곡을 작곡해요.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그의 창작열에 경외감마저 듭니다.

「놀람 교향곡」만큼 톡톡 튀는 곡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하이든 교향곡 45번 4악장」입니다. 곡 소개를 할 때 주로 1악장을 소개하는데 갑자기 4악장이, 벌써 수상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나요? 「놀람 교향곡」이 2악장에서 졸고 있는 청중을 깨웠다면, 「교향곡 45번 4악장」에서는 하이든의 또 다른 참신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습니다. 4악장의 끝부분에서 연주 단원들이 한 명씩 자리를 뜨는 이상한 행동을 해요. 다른 단원들이 연주하는 중에, 한 명씩 천천히 일어나 정말 무대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결국 제1 바이올린 두 명만 남아 연주를 끝냅니다. 악기 수가 줄어드니 음향이 전체적으로 작아지는 음악적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연주자가 자리를 떠나는 퍼포먼스 또한 흔히 볼 수 없는 신박한 연출이죠. 다른 걸 다 떠나서 이런 발상을 고전 시대, 그러니까 1700년대 후반에 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지 않나요? 구성만 보면 거의 현대 음악 연출 같기도 합니다.

추천곡 : 『교향곡 45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