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은 1732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1700년대 유럽의 여타 가정처럼 그에게도 형제자매가 많았습니다. 장남 하이든을 포함해 무려 12명의 아이가 있었죠. 많은 자녀를 키우느라 부모님은 항상 생활고에 시달렸어요. 어쩔 수 없이 음악 교사이자 진천이던 마티아스 프랑크에게 어린 하이든을 위탁합니다. 하이든은 마티아스의 집안일을 도우며 하프시코드, 바이올린, 작곡 등을 배워요. 일찍부터 음악을 공부할 기회를 얻었으니 순탄하게 음악가로 성장할 것 같았지만, 기대와 다르게 그는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친척 집에 얹혀살면서 눈칫밥을 먹는 천덕꾸러기였죠.

그러던 어느 날, 하이든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사건이 발생합니다. 당시 빈에서 가장 유명했던 성당은 장크트 슈테판 대성당이었는데, 그 성당의 성가대 음악 감독이 하이든이 살던 동네로 찾아온 겁니다. 동네 아이들에게 유명한 성당의 성가대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긴 거죠. 이때, 오디션을 연 음악 감독 게오르크 폰 로이터가 7살이던 하이든의 목소리를 마음에 들어 합니다. 그는 하이든에게 빈으로 함께 가자고 권유했고, 하이든이 이에 응하면서 가족을 떠나 당차게 성가대 활동을 시작합니다.

작곡가들의 자서전을 읽다 보면 이쯤에서 갑자기 능력이 폭발하면서 ‘신동으로 찬양받으며 음악계 데뷔!’ 같은 극적인 일이 생기곤 하죠. 하지만 하이든은 기대를 가뿐히 저버리고 그냥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냅니다. 로이터 감독을 따라 빈까지 이사를 와서 슈테판 성당 소속원이 되었지만, 성당 부속 학교에 다니며 성가대 활동을 한 것 말고는 음악적 소양도 딱히 쌓지 않아요. 적극적으로 음악 공부를 하지 않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전적인 지원을 못 받은 것도 한몫했을 겁니다. 하이든은 이렇게 욕심과 열정 벗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17살에 변성기를 맞게 돼요.

당시 유럽의 성가대는 어린 소년들이 주축이었기 때문에 재능 있는 소년들은 변성기가 오기 전 카스트라토가 되도록 권유받았습니다. 실제로 하이든 또한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기 때문에 카스트라토를 권유받았다는 기록이 있어요. 만약 카스트라토가 되지 않겠다고 하면 변성기가 오자마자 자연스럽게 해고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고자… 아니 카스트라토가 되기 싫었던 하이든은 변성기가 오자마자 성당을 떠나게 됩니다.

집과 소속 단체 모두를 잃은 하이든은 말 그대로 거리에 나앉습니다. 당장 벌어 먹고살 재능이 없이 친구와 귀족 집을 전전하며 입에 겨우 풀칠만 해요.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누가 자기를 내보내면 또 다른 친구 집을 찾아가 기웃거리고, 거기서도 쫓겨나면 새로운 귀족을 찾아가는 등 먹고살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다소 불행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가득했던 덕분일까요? 하이든은 한 중산층 남자의 눈에 들어 그 집의 음악 교사로 취직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남작의 추천으로 모르친 백작 가문의 악사로 들어가게 돼요. 겨우 생활고를 덜어낸 하이든은 이때부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합니다. 이제야 작곡가 인생의 출발선에 서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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