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음악을 많이 썼기 때문에 헨델을 차분하고 신앙심 깊은 이미지로 떠올리는 분이 많겠지만, 그는 사실 화끈한 방랑자 기질의 사람이었습니다. 평가받거나 구속되는 것을 아주 싫어했어요. 성격이 불같고 호기심이 많았다는 기록도 자주 보입니다. 한 예로 갑작스러운 이탈리아 유학을 들 수 있습니다. 헨델이 20살 때 첫 오페라 『알미라』로 함부르크에서 인기를 얻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 정도의 흥행이 불만족스러웠던 거예요.

독일 함부르크도 오페라로 유명한 지역이긴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오페라가 가장 흥행하는 곳은 이탈리아거든요. 오페라에 갈증을 느낀 헨델은 『알미라』를 발표하고 1년이 지난 뒤, 돌연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버려요. 이렇게 뭔가에 꽂혔다고 당장 밀어붙여 실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무엇인가 결정할 때 오래 고민하는 저로서는 은근히 부러운 성격이네요.

헨델은 이탈리아에서 다양한 오페라를 씁니다. 당시 그가 쓴 대부분 작품이 흥행에 성공해요. 유학 이후 처음 발표한 오페라가 『로드리고』인데, 이를 헨델의 첫 오페라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로드리고』는 첫 오페라 작품이 아니라 대본과 가사를 이탈리아어로 쓴 첫 작품이에요.

헨델의 첫 오페라이자 독일어로 쓴 오페라는 『알미라』인데, 그 이후 작곡한 오페라는 모두 이탈리아어로 쓰였습니다. 40편이 넘는 헨델의 오페라 중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작품은 『리날도』인데요, 아마 90년대생이라면 학창 시절 음악 수행 평가 시간에 한 번쯤 불러 봤을, ‘라샤 끼오 삐앙가(Lascia Ch’io Pianga)’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울게 하소서」가 바로 『리날도』에 나오는 곡이랍니다.

추천곡 III :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