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은 1685년 2월 23일 독일에서 태어났습니다. 바흐와 같은 해,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동갑내기죠. 심지어 같은 지역에서 나고 자랐으니 친했을 것 같지만, 둘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어색한 사이입니다. 말년에 존 테일러라는 돌팔이 의사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고 실명하는 것을 빼면, 두 사람은 이렇다 할 공통점이 없이 서로 다른 성향으로 살아가요.

바흐가 어딘가 소속되어 일하기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헨델은 자유로운 영혼이었습니다. 바흐가 한평생 독일이었던 반면, 말년의 헨델은 여러 나라를 떠돌다가 영국으로 귀화해서 영국인으로 생을 마감했어요. 이것만 봐도 두 사람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나요?

또, 바흐는 이백 년 동안 50명 이상의 음악가를 배출한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헨델의 할아버지는 구리 공장의 공장장이었고 아버지는 의사였답니다. 음악과는 동떨어진 집안에서 태어난 거죠. 바흐가 음악가인 가족들에게 열띤 지지를 받으며 음악을 접하고 배웠다면, 현실적인 성향의 헨델 가족들은 ‘아니 음악으로 어떻게 돈벌이를 한다는 거야? 음악은 취미로만 하고 공부를 더 해!’라면서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지만, 헨델은 집안의 반대를 꺾지 못하고 음대가 아닌 법대로 전학해요.

연애와 결혼에서도 두 사람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바흐는 두 번의 결혼으로 스무 명의 자녀를 둔 다둥이 아버지인 반면, 헨델은 평생 독신으로 살아요. 이런 두 사람의 대비되는 모습 때문에 헨델에게 <음악의 어머니>라는 애칭이 붙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 곡 하나를 듣고 본격적으로 헨델의 삶으로 들어가 볼게요.

추천곡 I : 「하프시코드 모음곡 2집」 중 4번 사라방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