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소개드린 오르간곡의 제목이 낯설게 느껴졌던 것처럼, 클래식은 “어, 나 그 곡 아는데!”라고 해도 제목을 바로 떠올리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고전이나 바로크 시대 같이 앞 시대로 갈수록 약자와 숫자로만 제목을 표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아마 한 번쯤 곡 제목에 ‘Op.(Opus)’, No.(Numero/Number)’와 같은 용어가 붙어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것은 작품을 구분하기 위한 용어인데요, 바흐의 곡에서는 Op,나 No,보다 BWV라고 표기된 것을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BWV는 바흐 악보집을 출판한 볼프강 슈미더라는 사람이 붙인 출판 번호입니다. B는 Bach(바흐), W는 Werke(작품), V는 Verzeichnis(총목록)으로 독일어 약자를 사용해서 만든 용어예요. 직역하면 <바흐 작품 총목록> 정도가 되겠습니다. 다른 작곡가들의 곡 제목이 「Op. 몇 번에, No. 몇 번에, 조성 뭐에, 1악장」처럼 복잡하다면, 바흐의 작품은 「BWV 106.1」처럼 짧게 표기합니다. 풀어보면 ‘바흐 곡 106번의 1악장’이라는 뜻이에요. 더 쉽고 간단하죠?
바흐의 작품은 BWV 1번 「칸타타」로 시작해서 BWV 1,126번 「Lovet Gott, unsem Herrn」으로 끝나는데, 이는 곡 1,126개의 작품을 발표했다는 뜻이 됩니다. 출판을 담당했던 볼프강 슈미더가 못 찾은 악보와 비공개된 작품도 있을 테니, 어쩌면 바흐는 1,126곡보다 더 많은 곡을 썼을지도 몰라요. 작품 중 BWV 200번까지는 교회음악만 작곡했기 때문에 교회 칸타타라고 부르고, 지금도 교회에서는 같은 칸타타 번호를 사용합니다.
그럼 바흐의 유명한 칸타타 한 곡을 들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