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곡은 영화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유난히 비발디 곡을 삽입곡으로자주 쓰는 감독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영화계의 거장 박찬욱 감독입니다. 그의 대표작 <친절한 금자씨>를 보신 분이라면 도입부(영화 시작 7분 정도)에 금자씨가 출소 후 두부를 엎으면서 “너나 자라하세요”라는 명대사를 날린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현이 튕기는 소리가 나면서 들려오는 음악이 비발디의 「Ah, Ch’infelice Sempre」입니다.
「Ah, Ch’infelice Sempre」라는 곡은 비발디가 작곡한 칸타타 『Cessate, Omai Cessate』에 나오는 아리아(서정적인 독주곡)입니다. 칸타타 제목인 『Cessate, Omai Cessate』는 ‘그만두어라, 이제는 끝났다’라는 뜻이고, 곡 제목 「Ah, Ch’infelice Sempre」는 ‘왜 나의 슬픔 외에는 원치않는가?’라는 의미예요. 비극적이고 처절한 분위기의 금자씨와 잘 맞는 곡이죠? 이곡 외에도 <친절한 금자씨>에는 비발디의 곡이 여럿 등장하는데, Concerto No.3 in G Major(R.V. 310) 2악장, Doncerto for 2 violins, cello in g minor(R.V. 578a), Bassoon Concerto in e minor(R.V. 484) 3악장 등이 사용되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월간 객석 2013년 7월호)에서 “바로크 시대 음악을 자주 듣는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클래식 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이 작업하는 배우들에게 직접 고른 클래식 cd를 선물하기도 한다고 해요. 실제로 <친절한 금자씨>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도 비발디에 대한 사랑은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한 예로,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올드보이>에도 『사계』의 「겨울」이 삽입곡으로 사용되었어요. 무려 이를 뽑는 잔인한 장면에서 말이죠(음악이 묘한 긴장감을 더해 줍니다.)
박찬욱 감독처럼 클래식을 사랑해서 영화 속에 곡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비발디의 작품이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데는 또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저작권’ 때문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유튜브까지. 영상 콘텐츠에 곡을 사용하려면 원칙적으로 작곡가, 연주자, 음반 유통사 등 권리를 가진 사람이나 단체에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여ㅛ한 사람이 작곡가인데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원작자(대부분 작곡가)가 해당 매체에 노출을 허락해 주지 않으면 아예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저작권은 원작자가 사망하고 70년이 지나면 말소됩니다. 비발디처럼 사망한 지 오래된 사람의 저작권은 대부분 소멸된 상태예요. 다시 말하면 지금은 누구나 비발디의 곡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죠(비발디의 곡이라도 다른 사람으 ㅣ연주 음원을 사용하려면 ‘저작인접권(실연권)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사계』와 같은 비발디의 작품은 영화, 드라마, CF 등에 자주 등장합니다. 작품을 자유롭게 편곡해서 공공장소이 안내 음악이나 컬러링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에 가능하답니다.
그럼 첫 마디만으로 금자씨가 떠오르는 그 음악, 함께 들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