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를 논할 때 『사계』를 빼놓으면 섭섭할 거예요. 제목을 너무 자주 들어서 익숙한 이 곡에서 3가지의 비밀이 담겨있습니다. 첫 번째 비밀은 제목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인 『사계』는 피에타 보육원에서 활동하던 1725년에 출판된 곡이에요. 원래 『화성과 창의의 사도』라는 `12개의 모음 곡 중 1~4번이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이었는데, 이 4곡이 나머지 8곡보다 인기가 높아지자 『사계』라는 이름으로 다시 라벨링 해서 출판합니다. 그러니까 『사계』가 빵! 뜨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곡을 『화성과 창의의 사도』라는 무시무시해 보이는 제목으로 부를 뻔한 거죠.
두 번째 비밀은 악장에 있습니다. 『사계』가 한 곡이고 그 안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4악장이 있다고 잘못 알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각각 독립된 곡이고 계절마다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또 하나 재밌는 점은 『사계』의 악장마다 <소네트>라는 14행의 짧은 시가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비발디가 직접 썼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명확한 작자는 밝혀지지 않았어요. 각 악장의 시를 요약해서 살펴볼게요.
봄세 번째 비밀은 비발디가 사용한 음악 용어입니다. 보통 악보의 가장 첫머리에는 Allegro(빠르게), Andante(느리게)와 같은 곡의 빠르기나, Cantabile(노래하듯이), Dolce(우아하게)처럼 곡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음악 용어가 적혀있습니다. 이는 악보를 보는 사람에게 곡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하지만 『사계』의 악보에는 빠르기말 대신 ‘새가 노래하듯’ 혹은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과 같이 시적인 표현이 쓰여 있습니다. 뭔가 로맨틱하죠? 음악으로 사계절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던 비발디의 마음이 전해지나요?
우리가 『사계』에 아주 익숙한 이유는 사실 이 음악이 미디어와 공공장소에 자주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명랑한 분위기의 「봄」은 휴대폰 컬러링 음악과 대구 지하철역에서, 역동적 느낌의 「여름은 자동차 광고에 자주 등장하죠. 「가을」은 부산과 광주의 지하철역에서 나오고, 「겨울」은 통증약 광고에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그럼 정말로 사계절의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지 함께 들어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