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는 한국 전통 음악 중에서 기악 독주곡 형식을 한 음악이며 장구나 북의 장단과 함께 연주된다. 산조는“헤칠 산(散)”자를 써서 “흐트러진 음악”이라는 부정적인 의미의 말로 이름을 지은 음악이다. 이는 산조가 그만큼 전 시대 기악곡의 틀에서 벗어난 음악이었음을 뜻한다. 

 

   산조가 오늘의 모습으로 정착된 때는 십구 세기 말엽인 1980년쯤이니, 산조는 서양 문화의 전통을 받지 않고 전개된 전통 음악의 흐름으로 보아 맨 끝에 위치하는, 다시 말하자면 현재와 가장 가까운 시대에 형성된 전통 음악인 셈이다. 흔히 그 음악 형태는 굿의 반주 음악인 시나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산조는 즉흥적이고 흩은 가락을 연주되는 시나위처럼 백 년이 넘게 그 형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니며 기악 독주곡 형식을 갖추어 가면서 변모되어 왔고 현재까지도 그 변모가 그치지 않고 있다. 

 

   산조가 기악 독주곡의 면모를 갖추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판소리였다. 판소리는 전통 음악 모든 장르의 음악 악법이 고루 망라된 성악곡이며 전통 사회에서 크게 유행되었던 음악인데 그 위세가 마침내 산조라는 기악 독주곡으로 승화된 셈이다. 

 

   산조는 고작 한 세기 남짓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민족이 몇천 년 동안에 음악에 쏟은 노력과 그 축적의 결과로서 얻어진 결정체이다. 

 

   산조는 고작 한 세기 남짓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민족이 몇천 년 동안에 음악에 쏟은 노력과 그 축적의 결과로서 얻어진 결정체이다.

 

   산조는 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 자진머리, 휘머리 들의 꽉 짜인 장단 틀 안에서 계면길, 평조길, 우조길 들의 음계의 선율로 진행되며 본청이 바뀌어 조바꿈 되거나 전조 된다. 산조의 선율들은 일정한 주제를 가지거나 주제의 발전, 변주 들로 전개되지 않고 독립된 단락을 이룬 여러 선율의 조합으로 구성되며 단락끼리의 관련은 종지형 선율이 서로 맺어준다. 또 선율 사이의 관계는 긴장과 이완, 문답, 강조, 음-양의 대비를 이루면서 미적인 체험을 유발시켜 나간다. 

 

   산조는 궁중 음악처럼 어떤 의식에 차용되거나 관념이나 고상함을 추구하는 음악이 아니며 생생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그리는 인간 중심의 음악이다. 산조에는 경건한 삶의 자세를 바탕으로 해서 화평스럽고 정겨운 생활의 여유와 풍류적 기질, 꿋꿋함, 생활의 응어리, 체념, 비애, 격정 같은 인간 내면의 여러 모습이 선율과 리듬의 역동적 관계 안에서 “성음의 변화’로 잘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산조 명인들의 애환 어린 삶이 투영된 흔적인 것이다.

 

   산조의 명인들은 그 삶의 과정에서 얻어진 여러 체험은 예술 음악으로 승화시켜 왔으며 일생에 걸쳐 성음을 갈고 닦았다. 그러기에 산조는 들판의 잡초처럼 강하고 질긴 생명력과 진한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글 : 김혜숙(가야금 연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