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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풀이 춤
 
I. 들어가며
 
살풀이 춤은 살(煞)이요 액운(厄)을 제거하여 평화로운 삶과 행복을 맞이한다는 소망을 담고 있는 춤으로 민중 사이에서 전승되는 민속춤의 하나이다. 남도무속(南道巫舞)에서 파생되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 춤은 인간과 인간을, 자연과 인간을, 현실과 초월계를,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끊임없이 매개하고 있다. 살풀이 춤은 구경하는 사람들은 일반 대중이지만 춤추는 사람은 직업적 춤 꾼이고 또한 개인적 미의식에서 창조된 공연예술적 성격을 띤 춤으로 조선사회의 무속이 근대화 과정으로 변모하는 과정과 기녀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이 글에서는 살풀이 춤의 역사와 살풀이 춤에 나타나 있는 한국인의 정서와 美의식을 통하여 전통 춤의 뿌리를 알고 그 가치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II. 살풀이춤의 역사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과 풍요로운 재물을 원한다. 그러나 소망과는 반대로 원치 않는 슬픔이나 불행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방해하는데, 이러한 ‘煞’을 미리 예방하여 평상의 삶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행위를 ‘살풀이’라 한다. 살풀이는 본래 ‘살을 푼다’는 의미로, ‘살(煞)’이란 자신의 의지나 노력 여하에는 상관없이 나타나게 되는 나쁜 의미의 운명적인 일을 말하며 ‘풀이’란 끼인 살을 풀고 맺힌 한을 풀고 예방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살풀이 춤이라고 하면 살이나 액을 예방하기 위한, 혹은 내린 살을 풀기 위한 굿에 나오는 춤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옛날부터 살풀이의 주재자는 무당이었다. 무당은 굿을 통해 악귀를 달래거나 귀신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춤을 추거나 자신이 황홀경의 세계로 몰입될 수 있는 수단으로 춤을 추었다. 굿은 현실과의 갈등 속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맺히고 응어리진 상태를 풀어 줌으로써 인간의 삶을 보호하는 방편으로 행해져 왔다. 굿 판에서 무당은 현실과의 갈등 속에서 나오는 한을 자아를 상실한 忘我적 상태에서 풀어주게 되는데 이 망아적 상태를 신명 풀이라고 하며, 자신에게 솟구치는 신명을 굿 판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옮겨주어 그 구성원이 일체감과 유대감을 갖도록 한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모두 담으면서, 굿의 체험 속에서 인간은 일상적인 부조리와 부조화의 영역을 넘어서 문제를 해결하고 또 이를 초월하여 조화로 회복시켜나가는 것이다.  
 
살풀이 춤의 다른 유래로는 민속춤의 유일한 홀 춤인 ‘허튼 춤’이 미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즉, 구한말에 무당 굿을 할 때, 의례적인 무당 춤 이외에 그것과는 무관하게 모인 사람들과 더불어 여흥이나 뒷 풀이를 즐기게 되면서 제사의식이 연희를 즐기는 자리로 바뀌게 되었다.
 
허튼 춤이 미화되어 지금의 살풀이 춤이 되기까지를 살펴보면 먼저 춤 꾼과 춤사위의 변천을 들 수 있다. 뒷 풀이에서 여흥으로 추어온 것이 훗날 광대나 기녀들에 의해 춤의 내용도 한층 예술적으로 다듬어졌으며, 함께 즐기기 위한 춤보다는 공연을 목적으로 변화, 발전되었으리라 본다. 또한 많은 명기와 관기들에 의해 연희 됨으로써 마당 춤에서 대청마루 춤이나 사랑채의 사랑방 춤으로 이양되는 시대성을 가진 춤이라 할 수 있다. 살풀이 춤은 무속의 영향을 전혀 배재 할 수는 없지만, 무당에서 탈바꿈한 기방인들에 의해 추어졌고 후에 한성준옹에 의해 정리된 예술형식의 춤이라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역사적.사회적인 배경에서 살펴보면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시민족의 신앙대상은 다신교적인 자연신으로 자연재해 앞에서 무방비 상태였던 인간은 이러한 파괴적인 요소가 신의 노여움의 결과라 생각했고 여기서 숭배의 관념과 제사를 발전시켰다. 우리의 제천의식에서는 춤과 노래가 빠지지 않았고 이러한 원시종합 예술이 그 형태가 분화되어 독자적인 춤 형태로 드러나게 되었다. 따라서 살풀이 춤의 원초적인 발생은 굿 판에서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그 춤은 종교적인 기능을 가진 춤이 아니라 무속 음악(巫樂)인 살풀이 곡에 맞추어 추는 오락 내지는 예술적인 춤이라 할 수 있다.
 
한말에는 무굿을 할 때 의식적인 춤 이외에도 모인 사람과 더불어 즐기는 野祭의 춤이 성행하여 굿이 잡희적 요소가 농후하게 노출되면서 난장을 이루자, 이에 대한 금지령이 내려졌다. 유학자의 안목으로 굿은 남녀가 한데 어울려 벌이는 음탕한 의례이고 무당은 세상을 미혹(迷惑)하고 민중을 속이는 요사스러운 무리이며, 巫는 귀신을 섬기는 저속한 무속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때 특수인의 대우를 받은 무당들은 조선왕조에 들어와서는 천민의 하나가 되어 巫業을 계속하거나 관기(管妓) 또는 사당패로 신분이 전락하였다. 다시 사당패가 분화하여 妓女로 탈바꿈하는 동안 춤의 내용도 신칼이나 지전을 가지고 행해졌던 춤이, 수건을 가지고 추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갖지 않는 홀 춤으로 변화되었다. 집단적인 춤에서 개인적인 춤으로, 동적인 춤에서 정적인 춤으로, 민중적인 춤에서 선비 취향의 멋을 부리는 춤으로 바뀌었다. 생산적인 삶을 위한 춤에서 감상 무용적인 성격으로 변모하였고, 삼현육각의 반주에 맞추어 情中動의 형식을 취하며 판소리와 병행한 기방 춤으로 계승한 것이라 보여진다. 기방에서 기녀들에 의해 그 호칭이 ‘기방무’, ‘수건 춤’, ‘입춤’ 등 각각으로 불려지면서 보편화된 춤사위가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또한 이 춤이 신발을 신지않고 버선을 신고 추는 것을 보면 '방' 또는 '실내'에서 추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의 몰락으로 관기들은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방으로 흩어지고 기생조합이나 권번을 조직하여 돈이 많은 사람들의 생일잔치나 회갑연에 불려가 가무함으로 예술적인 기방예술로서의 사랑방 춤이 더욱 완벽하게 정립된 것이라 보아진다. 그러나 기층민들의 강렬한 삶의 의지를 결집해 내고 삶의 대소사 난국을 타개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던 민속춤이, 구한말의 주요 관람층이었던 사대부들 문화의 관점과 취향에 부응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당시의 봉건적 위계질서에 대해 위협으로 비춰져서 기존 질서의 요구에 의해 각색되었을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이다.
 
III. 살풀이 춤에 나타난 한국인의 정서
 
 
우리의 무속신앙은 현세가 아닌 사후세계에서 현세의 한을 풀어내는 것이었다. 반상(班常) 차별, 性차별, 사회적.종교적 불평등 같은 사회구조에서 민중의 삶은 이루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태동한 민중의 恨은 무속신앙과 여러 종교와의 결합을 통해 恨의 표출방식이 독특하게 나타났으며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여러 형태의 예술로 형상화 하였다. 무속신앙의 거칠고 투박한 한의 표출은 유교의 영향으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한의 표현으로 바뀌었으며, 기독교의 자기 절제적인 한의 억제와 결합한다. 그리고 이 중간에 불교와 동학이 자리잡아 현세와 후세를 관통하는 폭 넓고 역동적인 恨의 태동을 가져오게 되었다. 
살풀이 가락은 도입부에서 느리고 애조 띤 가락으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느린 가락으로 조용히 끝을 맺는데 이러한 특징은 애조와 원망을 느끼게 하고 한을 지니고 있어 우리 민족의 정서를 내적으로 강하게 표출 시키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살풀이 춤은 단순한 슬픔의 춤만은 아니다. 슬픔이 바탕이 되어 있지만 그것에 머무름이 아니라, 그 비탈을 넘어서 정과 환희의 세계로 승화시키는 이른바 인간 본연의 이중구조적 인간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내세관, 특히 민중의 경우 현세에서 이룩하지 못한 행복을 저승에서 얻고자 함으로, 이러한 관념 때문에 현세의 고됨도 슬기롭게 이겨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살을 풀면 재앙이 사라지고 잡귀가 달아난다고 생각하고, 몸의 살을 풀면 건강을 되찾고 한과 슬픔을 풀면 기쁨이 온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일의 고통을 풀면 생산이 잘 되고 지신풀이를 하면 그 해에 풍년이 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푸는 주술의 춤을 추게 된 것이다. 이것이 민속춤이 가진 신명풀이의 관습이다. 그러므로 민중들은 춤에 도취된 상태에서 마음을 전환시켜 새로운 활력을 얻어 신바람 난 공동체적 생활을 향유하게 된 것이다. 
 
신명이 오른 무당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멸시 받는 삶의 응어리를 이때 풀어버리게 된다. 신명은 억눌림에서의 해방이요, 맺힌 원한의 상태에서 풀린 자유의 상황으로 전환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무당의 신명은 점차 마을 사람들에게 옮겨가고, 이들은 마을 굿판을 통해 평소 가슴에 맺힌 것, 억눌려 응어리진 것을 일시에 터뜨리는 것이다. 
 
마을 굿의 신명은 ‘亂場’에 이르러 극에 달한다. 마을 안에서는 사회적 규범이 무너지고 도덕의 멍애가 벗겨지고 질서의 굴레가 벗겨져 엄한 계층의식의 담이 허물어짐으로써 난장판과 더불어 피워진 신명은 잠재되거나 억눌린 계층간의 갈등을 겉으로 노출시켜 육체화하고 발산케 한다. 이로써 마을의 공동체적 관심을 통해 일상에서 해이해져 있던 연대의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과 신명의 역설적 관계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한’이란 말을 듣고 느끼는 것은 오랫동안 숙명적으로 풀래야 풀 수 없으며, 한밤중에 홀로 한숨을 깊이 내쉬게 하는 아픔과 슬픔 같은 감정이다. 맺힌 한은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풀어주어야 진정한 우주적, 그리고 사회적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맺힌 ‘한’은 하늘과 땅, 하늘과 인간이 맞닿을 때에 풀려진다. 여기서 맺혀지고 풀려진다 함은 결코 시간상의 전후가 아니며 한과 신명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감싸는 관계, 다시 말하면 한을 심층구조라면 신명을 표층구조로 볼 수 있다. 
 
살풀이 춤은 한에 머무르지 않고 신명 나는 춤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정신 위생학적으로 황홀상태에 빠짐으로써 현실적 고통과 응어리진 갈등을 풀어 마음의 구속에서 해방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살이 낄수록, 응어리가 깊을수록 신명은 고조되는 것이다.맺힘과 풀림은 삶의 근원적 리듬이고 이 양극에다 신명과 원한의 두 극을 대응시킬 수 있다. 전자가 부조화이고 정체라면 후자는 어울림이고 돌파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누구나 신바람 나게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맺힘에 좋은 맺힘이 있고 나쁜 맺힘이 있듯 풀림에도 선악, 두 가지가 맞서 있음을 놓쳐서는 않된다. 살풀이 춤 속에서도 들었던 수건을 떨어뜨릴 때는 불운의 煞, 한의 煞이라 할 수 있고 다시 주어 올릴 때는 행운, 신명의 세계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살풀이 춤은 이러한 한과 신명의 역설적 관계, 고요와 움직임의 역설적 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우리의 무용은 육체적 표현으로서의 움직임에 앞서 정신적인 것 즉, 내면행위의 표현이 주체가 되어 왔으며 내면성은 움직임이나 운동 자체의 외적의미 보다는 시공을 초월한 내적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살풀이 춤과 같은 안방 춤은 내면적인 표현이 특징이다. 겉모양은 작게 움직이지만 안으로부터 타오르는 감정을 은은하게 나타내고 있으며 속마음의 기를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다. 움직임이나 운동의 외적 의미를 표현하기보다는 시공을 초월한 내적의미를 표현한다. 과거의 회상이나 잠재의식의 세계에서 만나야 할 대상 또는 만날 수 있을 대상에 대한 소망과 내세에 대한 갈망을, 수건이라는 특수한 舞具를 통하여 상징적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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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살풀이 춤의 미적 특징 
 
살풀이 춤에는 한국의 정신세계와 미적 세계가 모든 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풀이 춤을 보면 우선 한복의 고운 자태와 버선코 등의 곡선에서 여성미와 우아한 움직임이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춤 길이 원으로 연결되어 이어지는 것은 자연의 연속. 불멸사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태어나서 끝없이 숨쉬는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돌고 도는 순환의 반복 과정인 것이다. 수건의 선이 만들어내는 원의 움직임을 계속 반복하면서 각양각색의 춤사위를 그 속에서 도출해 내고 무한히 변화시켜 나간다. 이는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 아니라 불교에 나타나는 윤회적 재 창조의 생산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춤을 볼 때 수많은 변화와 굴곡으로 매우 복잡하게 엉켜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 내면에는 변할 수 없는 불변의 법칙과 질서가 내재되어 있다. 그 질서는 우리 전통 사상인 태극의 원리와 같은 이치이며 음양의 대립과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생기는 힘은 팔 다리를 움직이게 하고 춤을 추게 만드는 것이다. 그 움직임은 천지간의 형태를 깨달아 우주 전체를 집약 시키는 태극의 도라 할 수 있으며 움직임 속에서 우주를 볼 수 있는 소 우주관을 함께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지극한 조화의 완벽한 질서 속에서 모든 몸짓이 하늘과 연관관계를 가지려 했던 옛 선조들의 지혜이며 바램이었고 그 바램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는 살풀이 춤사위에서 우주 만물을 움직이는 음양의 조화와 태극에서 출발한 동양사상의 원리를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동작들 하나하나가 모두 경직된 직선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곡선을 나타낸 것 또한 춤 길과 마찬가지로 춤사위 역시 원의 움직임의 의미를 결코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전통무용의 핵심적 요소인 정중동은 민속춤에 있어서 최고의 미적 체험을 가능케 하는 예술성을 지닌 것으로 춤꾼 자신과 춤을 보는 이들이 미적 쾌감을 공유하게 하는 선천적 민족심성의 표상이다. 살풀이 춤사위에서 보여지는 靜적인 요소는 정신을 집중시켜 내면의 움직임을 표상하는 주로 제자리 춤으로서 나타나는데, 이때는 고조된 감정으로 그 감정을 차분하게 억제 시킴으로써 더욱 고조된 감정표현이 이루어진다. 어르는 형인 中의 요소는 맺고 푸는 정과 동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주로 연결의 역할을 맡는다. 중적인 동작은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며 음(陰)이기도 하고 양(陽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비관과 낙관, 소극성과 적극성, 정과 동등 애매한 형상이 있으나 그 대신 모든 양극을 중화하며 실현시키는 근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움직임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동적인 요소는 자유로운 곡선의 운동으로 동적인 동작은 한과 고통을 시원스럽게 풀어 어떠한 갈등에서 해방되기 위한 행위로 표출된다.
 
살풀이 춤에 깃든 한과 신명과의 관계는 고요하면서 그 고요가 단순한 죽음의 고요가 아니라 무수한 생명력을 내포하는 역동적이고도 정.중.동의 세계를 드러내며, 반대로 움직임 역시 단순한 움직임의 세계가 아니라 그 속에 무한한 고요를 내포한 그러한 움직임의 세계가 된다. 이 춤은 많은 춤사위가 체계 있게 정돈되어지고 한과 신명에 흐르는 구성적 요소가 잠재해 있어서 심층적 상징성을 느끼게 하는 예술성의 짙고 신비함이 내재한 독특한 예술구조 형식을 이루고 있다.
 
살풀이 춤은 백색 치마저고리와 버선, 흰 살풀이 수건을 들고 추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는 백의 민족의 상징으로서 한과 조응(照應)되는 색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백색은 신성한 색으로 우리 민족의 최고신인 태양의 대표 색으로 생각된다. 한편, 전형적 한국의 미를 지니게 된 백색은 이중의 특질을 지닌다. 어떤 색과도 잘 조화되는 모든 풍요함의 통합체이면서 생명의 결여상태를 나타내며, 아직 생존해 본 일이 없는 때묻지 않은 순수자의 순결을 나타내면서 생명이 끝나버린 死者의 허무함도 지닌다.
 
흰색 수건을 들고 춤을 추는 것은 무당 춤에서 무당이 죽은 이의 영혼이 깃든 옷을 한을 풀어주기 위하여 들고 추거나 망자나 부정 낀 사람의 액을 씻기고 풀어주기 위해 들고 추었던 창호지를 여러 갈래로 오려서 만든 지전등이 후에 광대나 기념들에 의해 몸에 지니던 작은 수건으로 들리어 추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살풀이 춤의 백색수건이 망인의 넋을 상징한다고 가정해 본다면, 그 넋은 생과 사를 왕래하면서 절망하지 않고 긍정하는 삶의 태도로 이별한 넋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도 볼 수 있겠다.
 
V. 맺으며
 
살풀이 춤은 우리민족 심상의 하나인 ‘한’의 정서를 표현하는 전형적인 민속춤으로 인식되어 왔다. 살풀이는 무속의식에서 액을 풀어낸다는 뜻으로 남도 무속 춤 계통이라는 설과, 처음에 무당들이 살풀이 가락에 맞추어 신을 접하기 위한 수단으로 춤을 추었으나 뒷날 이들이 관기가 되거나 사당패로, 다시 사당패가 분화되어 기녀로 탈바꿈하면서 기방무용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살풀이 춤은 巫家 출신이라든지, 지극히 신분이 낮은 천민계층에서 발생했으리라 보는데 이들은 춤을 통해 한을 풀고 그것을 신명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신분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해소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한은 단순한 슬픔에 머무름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몸부림인 동시에 강한 감정표출을 통해서 환희로 승화되고 이러한 인간적인 의지가 춤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살풀이 춤에는 한과 신명의 정서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사상의 근간을 이루었던 불교, 유교, 음양오행설, 태극사상, 백의 사상 등이 융화되어 있다. 이 춤의 기본 동작인 정중동은 맺고 어르고 푸는 각각의 기능을 지적이면서도 슬픔을 승화시키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힙팝, 재즈댄스같은 외국 춤에 익숙해져서 마치 우리의 춤은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살풀이 춤은 결코 화려한 몸짓과 의상, 흥에 겨운 장단과 어우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사의 도리와 이치, 그리고 우주의 심오함과 같은 우리의 얼을 지니고 있다. 우리 춤에 더욱 관심을 갖고 그 안에 내재된 민족의 정서와 사상을 이해하며 소중하게 계승.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대해본다.
 
글 : 심경희 Instructional Technology & Media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