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적인 무도 리듬과 느린 발라드를 공유하고있는 집시음악은 헝가리의 민속음악으로 알려져 있지만 16세기 집시들이 이동했던 동유럽, 서유럽, 이베리아 반도 등 유럽의 거의 모든 지역에 고루 숨결이 퍼져있다.

 

  기록에 의하면 1870년대 말 헝가리에만 8천명의 집시가 활동했다고 하며 나라마다 이름도 달라 프랑스에서는 '보헤미안', 영어권에서는 '로마니', 기타지역에서는 '왈라키'로 불렸다. 당연히 음악의 성격도 가지각색으로 나타나 헝가리는 바이올린, 스페인은 기타, 러시아는 노래에 중점을 둔 독자적 집시음악이 발달했다. 지금은 느리고 우아하게 시작하여 차츰 격렬한 속도로 움직이는 춤과 빠른 바이얼린(피들) 연주의 음악이 연상된다.

 

  정형화된 풍을 규정할 수는 없지만 어떤 형식이든 집시의 '낭만적 자유의지'가 낳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며 따라서 민속음악, 클래식은 물론 대중가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집시음악으로 가장 많이 기억되는 스페인의 플라멩코만 해도 훗날 다른 지역과 대륙으로 옮겨가 알레그리아, 판당고, 아바네라 그리고 탱고의 형성에 밑거름이 되었다.

 

  널리 대중화된 20세기에는 토속적 민요에서 탈피해 미국의 팝 음악처럼 작곡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대중음악의 색채로 변모했다. 1975년 록그룹 퀸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에 부분적으로 플라멩코의 리듬이 구사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미 팝 가수들은 집시의 음악양식보다는 주로 그들의 유랑성과 자유기질을 가사의 소재로 많이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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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전미차트 1위에 오른 셰어의 '집시 매춘부 그리고 도둑', 호세 펠리치아노의 '집시'를 위시해 집시를 제목으로 한 히트곡도 20곡이 넘는다. 국내에서도 1988년 이치현은 '집시여인'을 불러 인기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