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 음악은 1950, 60년대에 걸쳐 유행했던 이지 리스닝과 지금 세계 각지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월드 뮤직을 합친 소리샘에 테크노 음원을 첨가해 탄생한 최신의 트렌드이다. 일각에서는 풍속이 만만치 않아 유행에 앞서가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사람들은 근래 음악얘기만 했다하면 라운지 타령이다.


1990년대 후반 경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의 유럽에서 먼저 유행의 꽃을 피운지 5년 정도가 지나더니 현재 국내에서도 신선한 세몰이를 하고 있다. 뮤지션으로는 씨버리 코포레이션(Thievery Corporation), 프래질 스테이트(Fragile State), 제로 7(Zero 7) 등이 대표적이다.


라운지의 한 요소를 이루는 월드 뮤직의 경우는 브라질의 보사노바가 가장 빈번히 쓰이며, 그 외에 1960, 70년대산(産) 이탈리아나 프랑스 영화의 사운드트랙들도 주요 소스로서 긴하게 언급된다. 어찌 보면 무국적 혹은 다국적 경향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확정성은 현대 대중음악의 특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긴 장르가 국가별로 나뉘는 게 지구촌시대에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라운지 음악의 메카로 꼽히고 있는 <이르마>(Irma) 레코드를 보면 산하 레이블별로 스타일을 달리해 그것의 한계 설정이 더욱 곤란하다. 보사노바와 뉴 소울, 시네마틱 라운지와 칵테일 라운지, 칠아웃 라운지와 일렉트로닉 재즈 등 음악적으로 명쾌히 정의 내리기 어려울 만큼 카테고리가 방대한 탓이다.


여기에 음반 타이틀인 <봄베이 비츠>(Bombay Beats), <아라비카>(Arabica)가 말해주듯, 이국적인(exotic) 정취가 더해져 라운지 음악의 또 다른 특질을 형성한다. 따라서 본래의 의미인 '호텔 라운지에서 흘러나오는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의 음악들'을 통틀어서 얘기하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이렇듯 여러 국가의 아티스트들을 한데 포용하기에 라운지 음악은 지금껏 주로 컴필레이션 시리즈로 발매되어 많은 인기를 모았다. 프랑스에서 발매되어 무려 300만장 이상을 판매한 <Buddha-Bar>(2003)가 그 대표적인 사례. 우리나라에서 역시 모음집 형식의 <Party Lounge>(2003)가 얼마 전 시장에서 호응을 일으키며 무시할 수 없는 라운지 음악의 바람을 일으켰다.

소파 같은 편안함이 라운지 음악의 핵심.


우선 테크노만 해도 라운지 테크노는 결코 '과격하게' 춤추기 위함이 아니다. 빠르고 강한 비트로 내려치는 것이 아니라 감상용으로 듣는 이들에게 조용한 엑스터시를 제공한다. 내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외향적이지는 않다. 너무 들뜨지도 그렇다고 침체되지도 않는 중도를 지키는 것이 오히려 매력이 되는 셈이다.


라운지음악 전문 클럽에서 몸을 살랑거리며 예쁘고 다소곳한 춤사위를 벌일 때나 칵테일 바나 호텔 라운지의 안락한 의자에 앉아 상대방과 대화할 때 라운지 음악이 사용되며 댄스 타임이 끝난 후의 휴식 시간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로 라운지라며 정의하는 평론가들도 많다.


속된 말로 작업용이라고 할까. 결코 듣는 이의 심산을 흩트려놓지 않는다. 우선 신경을 집중케 하는 가사가 대부분 없고, 있다 하더라도 한 두 문장에 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라운지 뮤직은 록 음악과 하드코어 일렉트로니카의 가장 큰 포인트인 '감정의 몰입'을 배제한다. 호들갑은 라운지의 적(敵)이다. 그러니까 간단히 '백그라운드 뮤직'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런 실내악적인 특성, 그리고 깔끔하고 모던한 신사, 숙녀적(?) 강령을 요구하는 덕에 라운지 음악은 마니아적 성향이 짙고 소비 계층이 대부분 '럭셔리' 지향적이다. 씨디 한 장 값 만해도 일반 팝 씨디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거친 해석이 될 테지만 계급적 시각으로 보면 록과 정반대의 위치에 선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류층에서 비싼 물건이 더 잘 팔리는 것처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하나로도 자리 잡을 조짐이 있다. 지역적으로 압구정과 홍대 등지가 주된 소비층을 이루고 있는 점이 이에 대한 증거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태(現態)는 더욱 심해져 라운지 음악은 점점 더 음반의 '명품' 격으로 위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