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re

 

 

고금을 막론하고 영화에서 음악이란 빠질 수가 없다.

영화음악 이른바 사운드트랙(soundtrack)은 영화의 감동과 흥분을 배가시켜준다. 음악 입장에서 볼 때 드라마나 CF도 있긴 하지만 영화만큼 음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수단도 없다. 근래에는 영화를 통해 음악이 히트하는 경우가 많다. 관객동원 신기록을 수립한 영화 '공동구역 JSA'에서 새롭게 주목받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좋은 예다.

 

그런데 사운드트랙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요나 팝송이 삽입되는 방식도 있지만 연주로 된 배경음악이 있다.

후자의 경우를 가리켜 스코어(score)라고 한다. 영화 '배트맨'이나 '포레스트 검프'의 음반은 두 종류가 나와 있다.

 

하나는 거기에 삽입된 노래만을 쭉 모아놓은 음반이며 다른 하나는 영화의 중요 장면들에 깔린 연주음악 음반이다. 앞의 것은 그냥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라고 하지만 굳이 후자는 '오리지널 스코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과거 영화에선 스코어의 비중이 아주 컸다.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는 장면에 어울리는 노래(가수가 부른 것)를 삽입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의 예를 들면 영화 '진주만'은 웅장한 오케스트라에 의한 연주음악이 주를 이루지만 마지막에는 페이스 힐이라는 이름의 여가수가 부른 곡 'There you'll be'가 울려 퍼진다.

 

솔직히 대부분의 팬들은 영화를 보면서 한스 짐머의 장대한 스코어에 감동을 느꼈으면서도 페이스 힐 노래를 더 기억한다. 그래서 영화제작자들이 흥행을 좌우하기도 하는 삽입곡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음악의 진정함은 스코어에 있다. 스코어는 흥행에 절대적이지는 않아도 작품성이나 감동에 있어서는 필수적이다. 엔니오 모리코네, 모리스 자르, 존 윌리암스 등은 스코어로 이름을 날린 이 분야의 전설적인 인물들이다.

 

근래에는 한스 짐머, 대니 엘프먼, 레이첼 포트만, 가브리엘 야드, 하워드 쇼어가 맹활약하고있다. 이들은 대부분 화성법을 완벽히 터득한 '음악의 도사들'이다. 현대의 클래식 작곡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스코어의 감동적 울림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아직 진정한 영화음악팬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