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곡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제일 좋아하는데도, 아직 하이든의 러브 스토리가 나오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이든의 사랑은 뭐랄까, 조금 애매하면서 짠하거든요. 하이든은 요제파라는 여성을 너무 사랑했는데, 고백할 기회도 없이 요제파가 돌연 수녀가 되어 버립니다.

 

  이때, 상심하고 있던 하이든에게 뜬금없이 요제파의 아버지가 찾아와서 언니인 안나 켈러를 소개해 줍니다. 그러니까 짝사랑 상대의 아버지가 직접 중매를 선 셈이죠. 요제파의 아버지는 유명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던 하이든을 놓치고 싶지 않았나 봐요.

 

  요제파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상실감 때문이었을까요? 하이든은 장인어른의 중매로 언니 안나와 후다닥 결혼해 버립니다.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부부로 지내지만, 이 결혼에는 사랑이 없었어요. 남편 작품의 뮤즈가 되어도 모자랄 판에, 안나는 곡 쓰는 것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음악에 무지한 아내였습니다.

 

  미발매된 하이든의 악보로 물건을 포장하기도 하고, 악보를 함부로 방치하다가 음식을 쏟는 등 내조는 커녕 작품 활동을 망치는 일을 자주 해요. 사랑 없는 결혼생활에는 자식도 없었고 서로 맛바람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경혼생활을 끝까지 유지하며 평생을 데면데면하게 살아요.

 

  작곡가로서는 성치한 것이 많았지만 사랑은 쟁취하지 못한 하이든은 1799년부터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1802년에는 작곡을 거의 하지 못할 상태가 되면서, 1809년 77세의 나이로 사망해요. 이 시절에 77세까지 살았다니 놀랍죠? 하이든은 바로크, 고전, 낭만 시대를 통틀어 아주 장수한 음악가에 속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