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聲樂 Vocal Music)

 

음악을 크게 구분하면 성악과 기악으로 나눌 수 있다.

 

음악의 발생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후, 거의 본능적으로 생겼다. 하지만 성악은 음악의 그 어느 부분보다도 우리의 생활과 친숙함을 느끼게 된다.

 

성악은 목소리를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진 음악인데, 음악의 시작은 성악에서부터 생겼다. 예컨대 원시 민족이 금수(禽獸)와 같이 자연 속에서 생활하면서도 노래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 정도는 극히 유치하여 오늘날과 같은 노래가 아니라 그냥 억양에 지나지 않을 정도의 성악이었지만, 그것으로써 삶을 즐겼고 맹수를 물리칠 수 있었던 무기의 역할도 했다.

 

가령 말레이시아의 시카 족만 해도 벌거숭이의 몸으로 밀림 속에서 생활하면서도 대나무와 짐승의 가죽 등으로 만든 간단한 악기를 가지고 노래하며 음악을 즐겼다는 것이다. 그들의 생활은 노래가 중심이었다. 높고 낮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생활에서 그것은 점차 합창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사람들의 감정이 높아지고 흥겨워질 때는 언제나 목소리를 통해 노래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비록 자연 환경이 다르고 인종이 다르다 해도 노래는 있었고 서로 다른 개성은 나타났었다. 그들은 노래를 통하여 단결할 수 있었으며 사기를 높일 수도 있었다. 여기서 민요가 생겼고 예술 가곡이 생겼으며 시대에 따라서는 종교와도 떠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복을 받기 위해서는 말보다는 노래로써 신에게 기원해야 했다.

 

그런데 성악이 이같이 발달, 보급된 그 원인의 하나는 종교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종교와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세기의 음악의 중심은 성악이었다. 그리스도교의 성서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신의 얼을 모방해서 창조된 것이며 다른 만물은 인간에게 예속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음악은 고상한 것으로 생각했으며, 그 밖에 기악의 음악은 오르간을 제외하고는 아주 천박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르네상스에 이르러 인문주의 사상이 보급됨에 따라 사람의 육체는 물질이며 성대 또는 악기 등도 모두 인간의 혼에 의해서 취급되는 점 등은 동일하기 때문에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무튼 중세기의 종교 음악 시대는 성악이 중심이었으며 인간이 제일 먼저 이해한 음악도 성악이었다. 그 성악 중에서도 합창이 중심이었다.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창이란 합창 이후에 발달을 보았던 것이다.

 

미국의 음악학자 아펠의 말에 의하면 1500년 이전의 음악하면 그것은 성악을 뜻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16세기 음악은 90%가 성악이었으며 바로크 시대의 음악은 성악과 기악의 비율이 거의 같을 정도였다. 그러나 1750년 이후에 이르러서는 기악이 성악보다 단연 우세하게 되었다. 성악의 특징 중의 하나는 그 내용(가사)을 아무런 중개자 없이 직접 청중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 그것이 기악보다 우세한 점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성악에는 아무런 반주 없이 순전히 노래만으로 하는 것과 기악 반주로 하는 성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종류는 나라마다 다른 민요와 예술, 가곡, 대중가요 등이 있는가 하면 오페라, 오라토리오, 칸타타, 미사, 모테토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연주하는 성악 부문도 있다.

 

한편 성악을 남성과 여성, 음역의 높고 낮음으로 구분하면,

여성 : Soprano, Mezzo Soprano, Alto(Contralto)

남성 : Tenor, Bariton, Bass 등이다.

 

다시 목소리의 성질 별로 따져 보면 경쾌하고도 우아한 목소리의 성질에 기교적으로 노래하기에 적합한 레제로(Leggero), 서정적인 목소리에 아름다운 선율과 칸타빌레(Cantabile)를 노래하기에 적합한 리리코(Lirico)가 있다.

 

한편 극적인 표현에 적합하고 힘찬 효과를 가진 선이 굵은 목소리의 드라마틱(dramatico[], dramatic[]) 등 대략 3개의 종류로 구분한다. 따라서 소프라노를 레제로와 리리코 그리고 드라마틱으로 나누어 부른다.

 

레제로에 있어서 가장 경쾌한 목소리의 성질을 보통 콜로라투라(Coloratura )라고 부른다. 이는 경묘한 소리에 화려한 기교로써 운치 있게 노래하는 소프라노를 말한다. 예컨대 19세기 전반에 이탈리아의 롯시니와 도니젯티 등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던 명가수의 전성 시기에 나타났던 가수들이다.

 

메조소프라노는 리리코와 드라마틱으로 구분한다. 이는 소프라노와 알토의 중간에 속하는 음빛깔과 성역을 가지고 있다. 가령 비제의 칼멘에 나오는 칼멘 역은 메조소프라노가 적역이라고 하겠다.

 

알토의 경우, 물론 여성 중에서 가장 무겁고 어두운 소리이지만 리리코와 드라마틱으로 구별해서 부르는 때가 많다.

 

남성의 테너의 경우에 있어서도 레제로와 리리코 또는 드라마틱과 헬덴 테너(Helden Tennor) 등이 있다.

 

헬덴이란 말은 영웅이란 뜻으로 오페라에 있어서 영웅적인 역할을 노래하는 데 적합한 힘차고 화려하게 부르는 테너를 말한다. 말하자면 바그너의 악극 <발퀴레>에서 지그문트의 역에 적합한 테너 가수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바리톤의 경우도 리리코 또는 칸탄테와 드라마틱 후파우프(Hupfauf) 등이 있다. 여기서 후파우프는 예컨대, 롯시니의 오페라 <세빌랴의 이발사> 중에서 피가로가 노래하는, 동작이 빠르고 희극적인 표현에 적합한 바리톤 가수를 말한다.

 

베이스에 있어서도 엄격하게 구별한다면 리리코와 같은 성질의 칸탄테와 드라마틱 또는 후파우프 등으로 구별해서 부른다. 그런데 성악은 중세기의 법황 그레고리우스(Gregorius)가 제정한 그레고리오 성가(Gregorian Chant)부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뒤이어 중세기 말경에 예술적이며 세속적인 성악곡이 생겼다. 기사 계급 출신인 시인 겸 음악가들이 지은 서정시의 음악인데, 트루바두르(Troubadour), 트루베르(Trouveres) , 말하자면 샹송이 생기게 되었다.

 

이탈리아에서도 트로바토레(Trovatore)가 생겼는데, 칸초네(Canzone)의 작시 작곡들이 있었다.

 

한편 독일에서는 미네쟁거(Minnesanger)라는 기사 계급 출신의 음악가가 나타났으며 시민 사회에서 마이스터징거(Meistersinger)도 나타나 대중의 노래로서 활발한 양상을 보였다.

 

14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이른바 새로운 예술(Ars nova)의 슬로우건 아래 새 다성 음악(多聲音樂)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일어났으며 종교 음악과 함께 세속적인 합창곡이 성행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성악은 옛 모습에서 탈피하여 마침내 독창, 성악곡으로 발전되었으며 예술적인 높은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고전 시대에는 가요 형식에 의한 작곡가도 나타났으며 바흐와 헨델은 칸타타와 오라토리오 등 성악곡에 큰 공적을 남겼다. 그 밖에도 하이든, 베토벤 등의 가곡을 볼 수 있으며, 낭만파 시대에 와서는 멘델스존,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볼프, 마일러, R. 슈트라우스 등의 출현으로 독일 예술 가곡은 세계적인 것으로 되었다.

 

한편 프랑스에서도 구노, 베를리오즈, 포레, 쇼송, 뒤파르크, 드뷔시, 라벨, 메시앙 등 많은 작곡가들이 프랑스의 고유한 섬세하고 우아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탈리아에서는 롯시니, 벨리니, 토스티, 마스카니, 레스피기, 말리피에로 등이 아름다운 선율로 된 노래들을 많이 썼다.

 

그 밖의 여러 나라의 작곡가들도 자기 나라의 특성에 따라 많은 가곡을 작곡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음악의 생활화를 제창하고 있지만 이 노래야말로 우리 생활과 가장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