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신세대 음악을 대표하는 랩과 힙합은 1970년대 말 뉴욕의 흑인 클럽과 거리에서 생겨났다. 랩은 말 그대로 지껄이듯 말을 토해내는 것을 말하며 힙합은 원래 랩을 포함해 흑인들이 거리의 벽에 하는 낙서, 스포츠웨어 식의 의상, 격렬한 브레이크 댄스 등 80년대 새로이 생겨난 도시 뒷골목의 흑인문화를 통칭하는 말이었다.


말하자면 랩은 힙합 문화의 음악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힙합은 신세대 흑인음악을 대표하는 용어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요즘 힙합음악은 랩이 (거의 반드시) 포함된 흑인음악이 된다.


1979년 말 슈거힐 갱(Sugarhill Gang)의 '래퍼의 환희(Rapper's delight)'가 최초의 랩 히트곡이며 1980년 레이건 대통령의 집권으로 단행된 연방지원축소에 따라 도시 뒷골목으로 쏟아져 나온 흑인들에 의해 언더그라운드의 지배적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초기의 래퍼들인 그랜드마스터 플래시(Grandmaster Flash), 쿨 허크(Kool Herc), 디제이 할리우드(DJ Hollywood) 등은 속사포처럼 지껄이는 언어로 백인사회를 무차별 공격하면서 디스코로 무뎌진 흑인의 저항성을 복원했다.


1986년 뉴욕의 3인조 런 디엠씨(Run-DMC)는 '이렇게 걸어라(Walk this way)'를 차트 톱10에 올려놓으면서 마침내 랩을 제도음악으로 견인했다. 이어서 그룹 퍼블릭 에니미(Public Enemy)는 백인사회 타도라는 혁명성과 더불어 '샘플링' 방식을 도입, 랩 음악 만들기에 있어서 새 전기를 마련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재미한국인을 비방한 노래를 발표한 아이스 큐브의 그룹 N.W.A.가 출현, 초강성의 이른바 갱스타 랩(Gangsta Rap)을 퍼뜨렸다. 90년대 초반 닥터 드레(Dr. Dre), 스눕 도기 독(Snoop Doggy Dogg), 투팩(2Pac)에 와서 LA지역의 갱스타 랩은 전성기를 맞았으나 뉴욕진영과의 '동서갈등'으로 양쪽의 대표적 스타 투팩과 노토리어스 비아지(Notorious B.I.G.)가 차례로 저격되는 암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변함 없이 욕설과 도발의 과격한 힙합이 대세를 이뤘지만 푸지스(Fugees), 저메인 듀프리(Jermain Dupri), 퍼프 대디(Puff Daddy) 등의 예술적인 힙합도 커다란 환영을 받았다. 근래에는 닥터 드레의 지원을 받은 백인 래퍼 에미넴(Eminem)이 최고인기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