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 메탈은 말 그대로 유럽 특유의 음악적 특징을 메탈 사운드에 덧입힌 음악이다. 스래시 메탈의 영향을 받은 빠른 템포 위에 유럽만이 가지고 있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멜로디로 표현한 장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음악 스타일로 인해 멜로딕 스피드 메탈로 불려지기도 한다.


또한 유러피언 메탈은 대중 음악의 종주국인 영국과 미국에서는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와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권에서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선율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동양인의 특성 때문에 그러하다.


유러피언 메탈의 창시자는 독일 밴드 헬로윈(Helloween)이다. 밴드는 뛰어난 스피드와 기교를 자랑하는 기타리스트 카이 한센(Kai Hansen)과 빼어난 고음 역이 압권인 보컬리스트 마이클 키스케(Michael Kiske)의 주도로 유러피언 메탈의 서막을 알림과 동시에 완벽한 사운드 메커니즘을 구현했다.


그들은 기념비적인 작품들인 1987년의 <Keeper Of The Seven Keys Part Ⅰ>과 이듬해의 <Keeper Of The Seven Keys Part Ⅱ>가 단적으로 증명한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빠른 스피드와 단숨에 듣는 이를 무장 해제시키는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카리스마로 뭉쳐진 보컬이 담겨있는 앨범은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유러피언 메탈 밴드들에게 영원한 바이블로 남아있다. 앨범의 수록곡 'Helloween', 'I'm alive', 'Future world', 'A tale that wasn't right', 'Dr. Stein' 등이 인기 행진을 이어갔다.


헬로윈이 퍼트린 유러피언 메탈의 기운은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유럽 전역으로 급속히 번져나갔다. 블라인드 가디언(Blind Guardian), 크로밍 로즈(Croming Rose), 러닝 와일드(Running Wild)같은 독일 밴드들은 물론이고, 핀란드의 스트라토베리우스(Stratovarius), 덴마크의 로얄 헌트(Royal Hunt) 등이 유러피언 메탈의 계보를 착실히 이어갔다.


또한 카이 한센이 헬로윈을 탈퇴한 후 결성한 밴드 감마 레이(Gamma Ray)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카이 한센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헬로윈의 몰락과는 대조적이다. 멜로딕 스피드 메탈 신에서 카이 한센의 입김이 얼마나 강력한 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브라질 출신의 바이퍼(Viper), 앙그라(Angra) 등도 카이 한센 사단이다.


유로피언 메탈을 대표하는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면 1992년 블라인드 가디언의 <Somewhere Far Beyond>, 같은 해 공개된 스트라토베리우스의 <Twilight Time>, 이듬해감마 레이의 <Insanity & Genius> 등이 있다.


최근에 유로피언 메탈은 프로그레시브, 바로크, 고딕 등 다양한 장르와 합종연횡하면서 사운드의 변주 폭을 넓히고 있다. 시크릿 스피어(Secret Sphere), 화이트 스컬(White Skull), 랩소디(Rhapsody) 같은 신예 밴드들의 음악에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