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서 크로스오버와 퓨전이란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요요마가 바비 맥퍼린과 재즈를 연주하고, 로얄 필하모니가 <비틀스>의 팝을 연주하며, 베를린 필하모니가 <스콜피온스>의 헤비 메틀을 연주한다. 그런가 하면 락 그룹들이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기도 하고, 현악사중주 크로노스 퀄텟이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사운드를 묘사하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몸으로 섞여서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크로스오버의 원뜻인 가로지르기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며, 단순히 문화수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상업적으로 결합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크로스오버의 특징은 하나를 기반으로 다른 하나를 받아들이는 형식이라서 서로 다른 장르(클래식과 재즈, 국악과 재즈)를 결합해도 본래의 정체성은 유지된 상태에서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퓨전은 여러 장르가 뒤섞여 화학적 결합으로 탄생되기 때문에 본래의 정체성을 상실한다는 것이 크로스오버와 다른 점이다.


   따라서 퓨전은 결합 이전의 정체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새롭게 탄생한 새로운 음악성이 더 중요시 되는 것이 퓨전음악의 특성인 것이다. 퓨전음악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예술적 실험의 차원으로, 클래식을 샘플링한 대중가요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민혜경 /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김수희 / 정열의 꽃)나, 팝송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협주곡 제2번(셀린 디옹 / All By Myself) / 바흐, G선상의 아리아 (스위트 박스 /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이라든가 재즈창법으로 부르는 대중가요가 여기에 속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퓨전은 어느새 우리의 눈과 귀를 점령해 버렸으며, 순수음악(클래식 포함)을 빠른 속도로 제치고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퓨전은 카오스적인 현대인의 삶과 닮은꼴이며, 이것이야말로 현대인의 성격에 맞는 음악문화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 장르(크로스오버/퓨전음악)는 점점 양극화 되어가는 사회현상과는 반대로 여러 다른 장르 (클래식,재즈, 국악, 팝, 가요)가 하나로 뒤섞여 공존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사회현상의 반면교사(?)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크로스오버와 퓨전은 진정 새로운 음악으로 평가 되지만 그렇다고 이것 저것을 마구 뒤섞어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것만을 내세우는 저급한 상업주의 음악과는 분명히 구분되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