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th-Pop(Electronic Pop)

 

1970년대 후반 영국 펑크의 죽음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일련의 음악들은 너나할 것 없이 뉴 웨이브(New Wave)란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한 무수한 밴드의 음악이 나름의 개성을 추구하며 차별화를 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양한 스타일들을 새로운 물결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부당하게 구속해버린 것이다.

 

1990년대로 들어와서야 뉴 웨이브 속에 파생된 음악들을 하위(下位) 장르로 세분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신스 팝(Synth Pop)이다. 전자음악의 숨결이 강한 팝이라는 점에서 '일렉트로닉 팝'이라 불러도 무방한 신스 팝은 신시사이저(Synthesizers)와 팝(Pop)을 결합시킨 합성어로 신시사이저가 주인공인, 인간적인 것과 반대되는 개념에서 다분히 '기계적인' 음악이다.

 

다른 악기와의 균형을 깨고 주도권을 차지한 신시사이저 리듬의 등장은 복제가 가능한 음악을 탄생시켰고 이것은 정형화된 기존 음악의 틀을 깨는데 기여했다. 이제 악기의 중심은 펑크의 일렉트릭 기타에서 신스 팝의 신시사이저로 급속히 이동했다. 특히 신시사이저는 기타가 표현해내지 못하는 세밀한 미분음의 구사가 가능해져 뮤지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었다.

 

따라서 펑크에서 뉴 웨이브로의 변화는 중심 악기의 이동이란 측면에서 접근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때마침 유행한 SF(공상과학)영화는 더욱더 사람들로 하여금 전기에서 전자로 한층 기계화된 문명을 상상할 수 있도록 종용했다.

 

글램의 요소가 풍부한 영국의 뮤지션 게리 뉴먼(Gary Numan)은 본격적으로 신스 팝 시대를 개척한 주역으로 앨범 <Pleasure Principle>에 수록된 싱글 'Cars'는 갓 개화한 일렉트로닉 팝 시대의 첫 번째 글로벌 히트곡이 되었다.

 

이에 앞서 재기에 넘친 독일의 그룹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는 현대 기계문명을 소리로 묘사한 진일보된 사운드를 구사, 변화를 강렬하게 예고하고있었다. 크라프트베르크 와 게리 뉴먼을 통해 파생된 전기적인 소리들은 인간이 연주하는 음악에 익숙해있던 대중들에게 이질감과 신선함이라는 음양(陰陽)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휴먼리그(Human League)는 'Don't you want me'와 'Human' 같은 블록버스터 히트곡들로 80년대의 주요 음악문법으로 신스 팝을 견인했고, 디페시 모드 (Depeche Mode)는 <Some Great Reward>, <Music For The Masses> <Violator> 같은 일련의 앨범으로 뉴 웨이브의 한 속성이라 할 차가운 모던함을 보여주면서 매니아를 소집했다.

 

이들을 위시해 O.M.D(Orchestral Manoeuvres In The Dark), 뉴 오더(New Order), 더 나아가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는 댄스뮤직으로 치부되던 신스 팝을 대중성과 자신들만의 색깔로 한 단계 상승시키며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밀어 올리는데 공을 세웠다.

 

록음악을 밀어내며 등장했던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90년대가 시작되면서 다시 록음악에 의해 주도권을 상실, 신스팝의 정점과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스팝은 테크노 등의 서브 장르를 비롯하여 수많은 댄서블한 음악들을 만들어내며 꾸준한 행진을 거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