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

 

테크노라는 새로운 음악 바람이 분다. 도하 각 신문과 잡지가 일제히 테크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라디오 프로의 시그널 뮤직으로 테크노 음악이 들려나오고 <매트릭스>같은 미래 소재의 영화들에선 테크노가 배경음악을 도배하고 있다.

 

마치 사이렌 같기도 한 그 음악은 광고에도 등장했고 신촌과 홍대 일대의 클럽에선 테크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그 춤은 머리를 '도리도리' 해가며 흐느적거리는, 때로 로봇 움직이는 것 같은 동작이다. 텔레비전에서는 어떤 춤인지 출연자의 시범을 동원해 보여주기도 했다. 테크노 패션과 헤어스타일도 꿈틀거린다.

 

이 정도면 가히 새로운 유행 아니 근래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트렌드'라고 할 만하다. 음악적으로도 바람이 잡혀 신해철, 이적, 황신혜밴드, 강기영 등이 테크노를 시도했고 국내 테크노 음악인들이 모여 만든 음반도 나왔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테크노 축제도 잇따라 기획되고 있다.

 

테크노 음악은 쉽게 말해 컴퓨터를 위시하여 신시사이저, 샘플러, 드럼 머신 등 각종 전자장비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음악이다. 이른바 첨단 테크놀로지가 낳은 음악이다. 컴퓨터의 보급이 확산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사이버세대의 성향과 잘 부합된다.

 

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이른바 DJ(디제이)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바처럼 판을 틀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의 음반을 이용하여 음(音)을 이리저리 혼합하고 재구성하는 사람이다. 컴퓨터가 이 때 쓰인다. 힙합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를 건 없다.

 

음악의 특색은 '비트'이다. 컴퓨터로 비트를 더욱 세분화해 쪼개고 또 그것을 최대한 반복한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템포는 폭주기관차처럼 빠르고 반복에 의해 환상적 때로는 도취적 분위기를 띠게 된다. 멜로디나 가사는 되도록 무시한다.

 

선율 또는 가수의 보컬 중심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생경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테크노가 1997년 당시 새로운 대안음악으로 떠올랐을 때 '국내에서는 잘 안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테크노가 '댄스'와 묶이면서 마침내 유행의 물결을 타는데 성공했다.

 

사실 테크노는 댄스를 겨냥한 음악이다. 클럽이나 바의 손님들은 DJ가 꾸려내는 비트 사운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맞춰 몸을 흔들어대는 것이다. 마치 '춤추고 노는 게 짱이야!'하는 '파티 분위기'이다. 군무(群舞)의 양상이다. 여기서 레이브(rave)란 말이 나온다.

 

이 레이브 문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언뜻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어떤 정신도 없고 주의(主義)도 없다. 그러나 거기에는 획일화된 사고의 틀이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강렬한 개성'이 담겨 있다. 테크노 바로 이전의 얼터너티브 록은 세대의 집합의식이 강조되었던 반면(X세대란 말로도 알 수 있다) 이것은 다분히 개인주의적이다. 집단으로 춤추되 정신적으로는 '모여!'가 아니라 '헤쳐!'라고 할까.

 

개성이 강조되다보니 테크노의 종류는 가지가지이다. 트립합 정글 앰비언트 트랜스 개버 등 엄청나다. 그래서 테크노 음악이 개성과 다양성이 미덕인 요즘 세대와 어울린다는 분석도 있다. 컴퓨터사용자는 폭증하고 그들이 자기 세계를 중시하는 유형의 세대라면 테크노는 새 천년에 더욱 번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으로 봐선 테크노가 '뉴 밀레니엄의 음악문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