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R&B

 

말 그대로 '도시적인', 즉 세련된 감각의 흑인음악을 일컫는 말로 부드러우며 깔끔하고 잘 정돈되었으며, 발라드만이 아닌 댄스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의 장르이다. 이 장르에는 1980, 1990년대 대부분의 흑인 가수들이 포함되며 아티스트로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자넷 잭슨(Janet Jackson),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 토니 블랙스톤(Toni Braxton),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엔 보그(En Vogue), 루터 밴드로스(Luther Vandross), 베이비페이스(Babyface),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알 켈리(R. Kelly), 브라이언 맥나이트(Brian Mcknight), 알리야(Aaliyah), 어셔(Usher) 와 같은 흑인 뮤지션 전반의 아티스트가 이에 포함된다.

 

이 말이 그러나 본격적으로 인구에 회자되기는 1990년대 중반 알 켈리와 브라이언 맥나이트부터였지만 상기한 아티스트를 보면 실은 1980-90년대 흑인음악 전반을 아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차츰 하나의 흐름을 향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의 어번 음악이 강성의 소울에 여전히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한다면 현재의 어번은 소울이 지닌 강성의 틀을 깨고 전체적으로 조화된 느낌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의 어번이 강렬하고 눈에 띄는 외모로 승부를 건다면, 현재의 어번은 그 외모와 함께 하는 액세서리와의 조화를 중요시하면서 승부를 거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후기 어번의 대부분은 그 분위기가 주는 느낌이 보컬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멋진(Stylish) 또는 정교한(Sophisticated)과 같이 세련된 분위기를 표현해 주는 용어들이 이들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동원된다.

 

어번 알앤비는 기존 흑인 음악 장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뉴 잭(질) 스윙'의 상위 개념으로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어번의 음악적 특징을 설명하는 것 또한 이러한 흑인음악 장르간의 결합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리듬 앤 블루스 장르의 특징에 현대적 사운드가 결합되어 세련된 느낌이 추가된다는 것이 이 장르의 차별되는 성격이다. 이것을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어번 알앤비란 소울과 블루스가 가지는 특징에 대입하여 분절된 멜로디를 애드립과 임프로비제이션으로 연결하고, 디스코와 힙합의 반복되는 리듬감을 가지며, 거기에 현대적인 사운드가 가미된 리듬 앤 블루스 음악의 총칭인 것이다.

 

그리고 어번 알앤비의 '문화적' 특징이라면 소울(Soul) 기반의 기존 알앤비(R&B)와 비교되는 개념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소울이 창궐하던 시기의 흑인들의 삶은 감정에 충실한 삶이었다. 누가 나를 건드리면 거기에 맞서 싸우고 부딪히는 강인하고 충동적인 삶이었던 것이다. 강성으로 대표되는 소울 음악은 이러한 당시의 문화적, 시대적 상황에 딱 들어맞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흑인문화는 백인문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졌다. 여전히 백인 지배층에 비해 열등한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이제 서구 사회 속에서 흑인들의 삶 또한 도시인의 삶에 속해있다(백인처럼 그들 각자도 거대한 도시 속에서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익명의 현대인인 것!). 그런 '용광로'적 도시문화 속에서 더 이상 내지르는 음악은 현대의 도시인들에게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어번 알앤비가 도시인들의 삶에서 더욱 큰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거리의 가로등 불빛 속에서도 나를 느끼고, 북적대는 지하철 안에서도 나를 느끼게 해주는 조화된 음악... 이어폰을 끼고 있는 동안 익명의 도시인은 전체의 조화된 분위기를 통해 복잡한 도시생활 속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어번 알앤비는 전체의 조화를 통해 도시의 삶에 이끌려 가면서도 자신만의 공간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의 산물이다. 이를테면 절제와 조화를 통한 세련됨의 창출인 것이다.

 

글 출처 : 라디오 3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