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외로움'

 

Cesaria Evora (세자리아 에보라)는 기네스 팰트로 주연 영화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에 삽입된 ''Besame Mucho''로 인기를 얻었던 아프리카 케이프 베르데(Cape Verde) 출신 여가수.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섬나라 카보 베르데(Cape Verde)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람들의 해상무역, 특히 노예 무역의 거점 역할을 했던 곳이다. 때문에 섬에는 소수의 백인들과 다수의 흑인들이 공존하며, 자연스레 혼혈인구가 늘어나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였다.

 

음악 역시 매우 독특해 지구촌 곳곳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카보 베르데의 음악은 토속적인 리듬 위에 경쾌하고 서구적인 멜로디가 얹혀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가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다. 하지만 단순히 흥겹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 안에는 500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 하에 살아야만 했던 카보 베르데 사람들의 슬픔과 애수가 녹아있다. 그래서 카보 베르데의 음악은 ''슬퍼하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모르나(Morna)라고 불린다.

 

카보 베르데를 대표하는 명 작곡가 레자(B. Leza)가 만든 ''Isolada''는 전통 악기 카바키뉴와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애절한 선율을 바탕으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에보라의 애조 띤 음색이 압권인 전형적인 모르나이다.

 

역시 카보 베르데 출신으로 현재 월드 뮤직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싱어 송라이터 테오필루 샹트레(Teofilo Chantre)가 작곡한 ''Amdjer De Nos Terra''는 빠른 리듬의 향연이 돋보이면서 에보라의 들뜬 보컬이 인상적인 곡이다. 이 두 곡만 들어봐도 대번 카보 베르데와 세자리아 에보라의 노래가 가지고 있는 슬픔과 기쁨에 대해 알 수 있다.

 

또한 브라더스 포(Brothers Four)의 1959년도 노래 ''Greenfields''를 리메이크한 ''Jardin Prometido''와 작곡가 루이스 모라이스(Luis Morais)가 지난 2002년 9월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 에보라를 위해 작곡한 ''Velocidade''(저작권 저촉해당곡)도 주목할 만 하다. 모르나 뿐만 아니라 재즈, 소울, 쿠반 비트까지 영역을 넓힌 에보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From : oimusic 2003년 11월호 안재필 & 2003년 11월호 안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