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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Piano Collection(2002)
같은 장르를 연주하는 여러 명의 외국의 뮤지션들을 비교해가며 이야기할 때 자주 하는 얘기가 외국에서의 지명도와 우리나라에서의 지명도가 너무나도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취향에 더 잘 맞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국내에 소개될 기회가 드물었다는 오직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뛰어난 뮤지션들의 음반이 그냥 묻혀버린다는 건 결국 음악팬들의 손해이다.

Phil Coulter 역시 그가 가진 재능이나 음악성, 한국인과 너무나 잘 들어맞는 정서 등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저평가(지명도 면에서)되고 있는 대표적인 뉴에이지 뮤지션이다. 비록 최근 들어 그의 음악을 접했던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서서히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긴 하지만, 그의 조국 아일랜드가 그를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전세계의 뉴에이지 팬들이 그를 아끼는 것에 비하면 여전히 터무니없을 정도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필 콜터는 올해 60살이다.
60년대 말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는 70년대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의 수상작들을 다수 작곡한 인기 작곡가였다. 그렇게 10여년동안 대중음악을 하던 그가 뉴에이지로 눈을 돌린 건 최고의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였다. 제임스 골웨이의 제안으로 함께 발표한 앨범 '겨울의 항해'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필 콜터는 자신의 조국의 정취와 정서를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는 이런 양식의 음악에 깊이 매료되었다.

이후 그는 오늘까지 오직 자신의 조국 아일랜드의 감성과 풍경을 알리기에 매진해왔으며, 그 안에는 평화와 아름다움, 낙관적 미래관 등이 녹아있었다. 그가 아일랜드를 넘어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빌 클린턴이 선거 유세에서 필 콜터의 음악을 사용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비록 스캔들 메이커이긴 하지만)정치적으로 평화주의자인 클린턴으로서는 지극히 적절한 선택이었다.

본작은 필 콜터의 비교적 최근 행적들 중에서 정수들만을 골라 만든 베스트 앨범이다. 16곡의 빼곡한 수록곡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안정감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곡들이다. 무엇보다도 이 음악들은 앙상한 화음으로 같은 멜로디라인을 반복해서 연주하며 대중들을 바보로 만드는 천박한 뉴에이지와는 완전히 격이 다른 우아함을 들려준다.

글 출처 : Album Review